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5-09-01 13:22:17
대한항공의 미국 보잉사 항공이 103대 구매 계약과 관련 비용과 도입 시기에 대해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구매는 발표된 금액의 절반 수준으로 재무적 부담이 적고 도입 시기도 2030년 이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보잉사 항공기를 다수 구매하면서 향후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기단이 보잉 항공기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5일 미국 보잉사 항공기 103대 구매 계약을 발표했다. 보잉사의 중대형 여객기(B777-9 20대, B787-10 25대, B737-10 50대)와 화물기(B777-8F 8대)에 대한 구매 계약이다. 항공기 엔진과 정비 계약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 규모는 대한항공 시가총액의 9배인 70조 원에 달한다. 향후 설비투자(CAPEX)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항공기 구매 계약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와 관련 50조 원 규모의 투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실제 투자 규모는 절반 정도라고 분석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통상 항공사들의 항공기 대량 구매 계약 체결 시 실제 도입 단가는 40~6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책정”된다면서 “실제 도입 금액은 25조 원 안팎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은 5건의 신규 시설투자 공시를 통해 약 81조 원에 달하는 항공기 구매 계약을 발표했는데, 일반적으로 공시한 금액 대비 실제 투자되는 금액은 40~5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항공기 인도 시기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를 발표하면서 “2030년말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일정을 밝혔다. 그러나 증권가의 분석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총 191대의 항공기를 발주한 상태다. 이 가운데 148대는 아직도 인도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103대 항공기 도입이 2030년 이후에나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103대 인도 시점에 대해 “기 발주된 항공기에 대한 설비(CAPEX) 투자가 끝난 이후인 2030년 말경이 유력”하다면서 “2030년 말~2045년경까지 인도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정확한 도입 기간 등은 본계약 체결 후 공시를 확인할 필요 있겠으나 대략 10년 간의 도입 스케줄을 예상”해 2035년까지 인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와 관련 “2030년이 아닌 2030년대말까지 도입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보잉사 항공기 도입이 예상보다 늦어지더라도 향후 통합 대한항공과 통합 LCC가 기단에서 보잉사 항공기 비중이 높아질 가능성은 높다. 각 사 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는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를 비슷한 비율로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보잉 항공기 중심, 아시아나항공이 에어버스 항공기 중심으로 기단을 구성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여객기는 보잉 125대, 에어버스 140대 규모로 균형을 맞췄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전 발주해 올 하반기 이후 인도를 기다리는 항공기도 보잉 77대, 에어버스 71대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에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를 발표하면서 향후 보잉사 중심의 기단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특히 중장거리 중심의 통합 대한항공의 경우 보잉사 중심의 기단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화투자증권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대형 기단은 B777-9, B787-9·10 중심으로 선진화 및 통일을 예상”한다면서 “그룹사의 소형 기단은 B737-8·10, A321 NEO 중심의 선진화 및 통일을 예상”했다.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이 도입하는 보잉 항공기 일부가 통합 LCC에 리스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