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5-09-01 17:56:10
전국의 요양병원이 경영난으로 줄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 2023년 106개, 2024년 96개의 요양병원이 문을 닫았다. 내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면 경증 환자들이 대거 빠져나가 요양병원 폐업 도미노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경우도 40만 개가 넘던 요양병상을 지난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15만 개로 대폭 감축한 바 있다.
부산지역에서 4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의료재단 최영호 이사장은 “통합 돌봄 시행을 앞두고 전국의 요양 병원들이 패닉에 빠졌다. 요양병원 절반가량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요양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한 돌봄보다는 특화 진료에 방점을 두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돌봄 통합 시행 앞두고 폐업 위기
돌봄 통합 지원법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지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불편함 없이 지원해 주자는 정책이다. 이 법에 따라 지원 대상자 판정 결과 의료 필요도와 요양 필요도가 모두 높으면 요양병원에서, 의료 필요도가 낮으면서 요양 필요도가 높으면 요양시설에서, 둘 다 낮으면 가정에서 지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요양병원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입원환자군을 중증환자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돌봄보다는 진료에 방점을 두고 입원 환자들을 케어해야 한다.
최 이사장은 “요양병원이 살아남기 위해 급성기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도록 특성화가 필수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를 빨리 회복시켜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갑작스러운 신체변화로 급성기 질병이 생기면 다시 재입원 시키면서 진료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중증환자, 재활환자, 투석환자, 중증치매환자, 감염격리환자, 생애말기 임종기 환자 등을 케어할 수 있는 전문시설과 인력, 전문 기능을 갖춰야 한다. 특히 대학병원, 2차병원에서 퇴원해 요양병원을 거쳐 지역사회 재택돌봄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구조 개편도 필요하다.
■투석 치료 특화로 경쟁력 키워야
‘돌봄 통합’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요양병원이 더 이상 병실 생활 위주의 돌봄에만 머물러선 안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요양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포함한 진료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요양병원 진료 서비스에서 중증도가 높은 영역 중의 하나가 만성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공투석 치료다.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고령자가 많은 요양병원 특성상 만성신부전으로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콩팥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하는 만성신부전 환자는 한 주에 2~3회 혈액투석을 해야 한다. 한 번 받을 때 최소 4시간이 소요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고혈압 조절이 안 되고, 고칼륨증 합병증이 유발되면 30분 내에 혈액투석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대략 우리나라 인구의 12% 정도가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다. 국민 8명당 1명이라고 보면 된다.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경우 만성신부전 유병률이 이보다 훨씬 높다. 스마트나라요양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는 총 341명인데 이 중 70명이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하고 있다. 만성신부전 유병률이 전체 환자의 20.6%를 차지해 일반인의 2배가량 높은 셈이다.
만성신부전 환자는 투석하는 과정도 힘들지만 투석 치료 후에는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입원과 투석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지면 외부 의료기관으로 반복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줄어들어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투석을 받기 위해 외부 의료기관으로 이틀에 한 번씩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낙상이나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생활 돌봄과 투석치료가 통합적으로 제공돼 치료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높아진다.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돌봄을 책임지는 보호자와 가족의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요양병원이 투석 치료에 힘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마트나라요양병원에는 현재 신장내과 전문의 2명이 상주하면서 투석 전후로 환자 상태를 직접 평가한다. 20년 이상 투석실에서 근무한 베테랑 간호사가 환자의 혈관 상태와 투석 중 혈압, 심박수, 체액변화를 꼼꼼히 체크해 준다. 당뇨병이 있거나 고령 환자의 경우 심혈관 부하를 최소화하는 맞춤 투석치료를 해주고 있다. 감염 환자의 경우 전용 혈액투석실을 운영하기 때문에 전신 상태가 불안정해도 감염 걱정없이 투석치료를 받을 수 있다.
■감염관리에 강한 요양병원
요양병원 입원 환자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 감염에 취약하다. 특히 고령층은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요양병원은 단순한 요양을 넘어 전문치료와 동시에 감염 안전이 보장되는 병원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제내성균은 환자 개인을 넘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나라요양병원의 감염 관리 시스템은 다른 요양병원이 참고할 만하다. 스마트나라요양병원은 2층에 10개실을 감염병 병실로 상시 가동하고, 다제내성균과 각종 감염병 환자를 표준지침에 따라 분류해 격리 치료하고 있다. 또 병원 전체 차원에서 감염관리 프로토콜도 마련해 놓고 있다. 감염병 전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예방-조기 탐지-즉시 격리-치료-퇴실 관리’로 이어지는 연속성 있는 감염관리 루프를 구축해 놓았다.
감염 병동에는 숙련된 간호사와 의료진이 배치되어 있고, 병상 규모에 맞게 감염관리 전담간호사 4명이 배치되어 있다. 또 정기적인 다제내성균 검사를 통한 추적 관찰과 병원 전체 감염관리 교육까지 총괄적으로 관리 중이다.
병원 내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선 의료진과 방문객의 동선 관리도 중요하다. 병동에서는 면회 예약제를 운영하여 방문객 수와 시간을 조정하고, 의료진은 병동별로 고정 근무제로 불필요한 병동 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