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4-12-01 17:14:44
여야가 내년도 예산을 처리를 두고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원안에서 사정기관 특활비 등을 전액 삭감한 ‘감액 예산안’을 2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국민의힘은 “국민들 상대로 인질극 하자는 것”이라고 반발했고, 대통령실도 민주당의 입장 철회 없이 추가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초부자 감세 저지와 권력기관 특활비 등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등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했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됐다”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민주당표’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증액 없이 정부 원안 677조 4000억 원에서 4조 1000억 원의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민주당은 또 2일 여야 쟁점 없는 8개 예산 부수법안도 이날 함께 상정할 방침인데, 세법개정안에서 관심을 모았던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는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 정부·여당이 관철하려는 상속·증여세 법안은 부결시킨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이날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활비 등만 잔뜩 넣어놓으니 삭감안(삭감만 반영한 예산안)이 통과가 된 것”이라며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이후 저희와 협의하면 된다. 진지한 협상이 가능하다면 길이 없겠나”라고 협상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예산이 지역화폐 예산”이라고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민생을 위해 추경 하자던 민주당이 민생 예을산 단독으로 삭감한 건 ‘삼겹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같이 앞뒤가 안 맞는 말이고, 이 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수의 위력으로 예결위 강행 처리 후 이를 지렛대 삼아 야당의 무리한 예산 증액 요구 수용을 겁박할 의도라면 그런 꼼수는 아예 접기를 바란다”며 “민주당의 선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 치안, 외교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의 책임”이라며 감액 예산안 철회 없이 추가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1일 추경호, 박찬대 여야 원내대표에게 예산안 협의를 위한 만찬을 제안하는 등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을 2일 본회의에 상정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다만 2일 처리가 연기된다고 해도 여야 간 예산안에 대한 이견이 워낙 커서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