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 2025-02-18 07:00:00
안면 마비는 한방에서 '구안와사'라고도 한다. '입과 눈이 비뚤어졌다'는 뜻의 한자어다. 갑자기 입이 돌아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안면 마비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안면 신경이 마비돼서 발생한다. 당당한방병원 김해점 서해니 대표원장은 "안면 마비는 원인과 증상이 복합적일 수 있기 때문에 양방과 한방 협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다양한 치료를 적용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이마 주름 짓기 힘들면 말초성
'찬바람을 맞거나 찬 곳에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는 속설이 있지만 안면 마비 환자는 환절기에 정점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양방과 한방 의료기관을 찾은 안면 마비 환자는 매달 2만 명 안팎인데, 2023년에는 3월(2만 1046명)이 가장 많고, 10월(2만 237명), 2월(2만 172명) 순이었다. 서 원장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면역력이 감소해 안면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면 마비는 크게 중추성과 말초성으로 나뉜다. 안면 신경은 뇌에서 출발해 얼굴뼈를 통과한 다음 얼굴 근육에 연결되는데, 말초성은 안면 신경이 뇌에서 빠져나온 뒤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대부분의 안면마비가 여기 해당한다. 스트레스나 과로와 같은 건강 상태의 악화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바이러스 감염이나 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정신적 충격 등 외부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말초성 안면 마비 중 가장 흔한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안면 마비'로,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벨마비'라고 부른다.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안면의 대상포진과 함께 안면 마비가 발생하는 '램지 헌트 증후군'도 말초성 안면 마비의 유형이다.
중추성 안면 마비는 안면 신경이 뇌에서 시작하는 부분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다. 뇌졸중, 뇌종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이 원인이다. 이 경우 훨씬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빨리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말초성과 중추성 안면 마비를 감별하는 방법은 이마에 주름을 지어 보는 것이다. 주름을 지을 수 있으면 중추성, 짓기 어려우면 말초성 마비로 본다. 뇌졸중은 한쪽 팔다리 마비, 발음 장애, 걸음걸이 이상 등의 증상도 같이 생긴다.
안면 마비는 대체로 3~4일간에 걸쳐 증상이 나타난다. 입과 눈이 한쪽으로 틀어지는 것 외에도 눈이 잘 감기지 않아 발생하는 안구건조증, 귀 뒤쪽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안면 신경 섬유가 마비로 손상됐다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눈물이 흐르는 '악어눈물증후군'도 동반될 수 있다.
서 원장은 "안면 마비는 증상에 따라 침범된 안면 신경절이 다르고 그에 따라 예후도 다르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초기 대응 잘해야 후유증 최소화
말초성 안면 마비의 경우 증상이 발생하고 나서 5일간 급격히 악화된다. 한번 발현하면 보통 2~3주간 증상이 이어지기 때문에 초기 치료를 통해 더 나빠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 핵심이다.
서 원장은 "침범된 신경의 범위가 적을수록 마비 정도도 약하고 예후도 좋아진다"며 "안면 마비가 발생한 이후 4~7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면, 후유 발생률은 30%로 떨어지고 치료율은 90%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르다. 가장 흔한 벨마비의 경우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 치료를 주로 한다. 램지 헌트 증후군은 추가로 항바이러스 약물과 진통제를 투여한다. 얼굴 표정의 이상은 일상생활에도 제약을 줄 수 있어서 입원 치료가 권장되기도 한다. 약물 치료의 예후가 좋기 때문에 안면 신경 감압술 등의 수술적 치료는 제한적으로 고려된다.
안면 마비 진행이 멈춘 후에는 마비된 신경과 근육을 자극하고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 치료를 병행한다. 한의학에서는 턱관절 균형 요법(FCST), 안면 추나요법, 약침 요법, 안면 침 치료, 한약 치료, 매선 요법 등의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안면 마비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수일 또는 수개월 안에 자연적으로 호전돼 대부분 1년 이내에 회복된다. 하지만 건강 상태에 따라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당한방병원 김해점 서해니 대표원장은 "평소에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과로를 피해 안면 마비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발생하더라도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를 통해 큰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면서 "의학·한의학 협진 진료가 가능한 한방병원에서 안면 마비 임상 경험이 많은 의료진으로부터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마비 진행 정도를 최소화하고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