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선언으로 이념갈등 깊어진 민주당…비명계 비판에도 친명계는 “이재명 잘한다”

김부겸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
박지원 “이 대표 우클릭, 대선 승리·국민 통합 위해서 필요하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5-02-20 10:24:3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동석 사장 등 현대자동차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동석 사장 등 현대자동차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념 정체성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에 비명(비이재명)계에선 “정체성이 선언으로 바뀌느냐”며 공세에 나섰다. 반면 친명계에선 “김대중 후보도 우클릭 해서 집권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유튜브 방송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정권이 아니다. 중도보수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된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19일 MBC ‘100분 토론’에서도 중도보수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오른쪽 다 비어 있는데 우리가 건전한 보수, 합리적 보수 그 역할도 우리의 몫이 되지 않겠느냐”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생겼는데, 분배와 공정을 얘기할 틈이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연일 중도보수 정체성을 강조하자 비명계에선 비판 목소리가 커졌다. 비명계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김부겸 전 총리는 20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진보적 영역을 담당해 왔다는 건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걸 하루아침에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정체성이 단순한 선언으로 이렇게 바뀔 수는 없다”면서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변경시키려면 충분한 토론을 통해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이 대표는 당장 보수정당 발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일 SNS를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은 심각한 오류”라면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민주당 70년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이 되고픈 욕심에 자신의 근본 뿌리마저 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뿌리를 잃은 나무는 쓰러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선 친문(친문재인)계 고민정 의원도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중도 개혁 정도까지는 받아들여지는데 우리가 보수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부분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민주당이 중도 보수까지 다 감당해야 된다면 진보 섹터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효과를 의도치 않게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명계에선 이 대표 발언이 실용주의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김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정의당, 진보당 등이 진보정당”이라며 “원론적 학계의 반응으로 놓고 보면 (민주당은) 진보 정당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라는 개념으로 (이 대표가)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이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정당으로 가야 되는 것 아니냐. 실용주의 노선을 보다 구체화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진보적이다, 보수적이다 평가하지 말고 가장 유용한 수단들을 선택하자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국정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폭넓은 스탠스를 잡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이 대표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가 이처럼 ‘우클릭’이 아닌 실용적 접근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우클릭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명계 원로인 박지원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우클릭하는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나 국민 통합을 위해서 필요하다”면서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후보도 우클릭을 해서 집권했다”면서 “지지 세력만 가지고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