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2-18 10:42:33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이달 말 '국민이 먼저입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며 정치 행보를 재개한다. 친윤(친윤석열) 체제로 재편된 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 비호 체제를 이어가면서, 한 전 대표가 강성 지지층과 당내 반발을 극복하고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을 지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이달 26일 '국민이 먼저'라는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원칙을 담은 책 출간으로 정계 복귀 시동을 건다. 한 전 대표는 책 출간에 맞춰 북 콘서트 또는 강연 등 행사를 통해 정치 복귀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의 이 같은 정계 복귀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지난해 12월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약 두 달 만의 공식 행보가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당장 당내 반발이라는 가시밭길을 넘어서야 한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전망에 "지금은 한 전 대표의 시간이 아니다"라며 "더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도 "한 전 대표가 지금 나서면 당의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조금씩 기력을 회복해 가는 우리 당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얹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 입장에선 한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이미지와 맞물리는 데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 전날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한 전 대표를 겨냥해 "한동훈 전 대표가 저와 똑같은 정보만 가지고 있었을 텐데 바로 '(계엄은) 위헌이고 위법'이라고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친한(친한동훈)계 이외 대다수 의원들이 한 전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린 의원총회 자리에서 한 전 대표는 ‘사퇴하라’는 의원들 요구에 '비상계엄을 내가 했냐'고 답하며 석상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한 전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한 전 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의원총회 자리에서 '계엄을 내가 했냐'는 한 전 대표의 발언에 '당대표란 사람이 할 말이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쏟아졌다"며 "당 대표 때도 당내 세력이 없었고, 다시 돌아오더라도 여당에서 공간을 넓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엔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있다. 지난해부터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며 당정 간 불협화음을 전면에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즉각 비판했다. 이후 당 대표로서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정권 연장론이 정권 교체론을 앞지르는 추세는 한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쏠리는 보수 결집 효과는 한 전 대표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헌법재판소를 찾아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을 부각하고, 당 지도부가 윤 대통령 면회를 하는 등의 당 방향성도 한 전 대표와는 거리가 있다.
당내 비판 속에서도 친한계는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며 거듭 한 전 대표 등판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당내 친한계로 분류되는 우재준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에서 "지금은 총력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 전 대표가) 지금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다 지지층 반발에 울산시당위원장직을 내려놓은 김상욱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에 대해 "보수의 가치를 재건해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정통 보수의 역할을 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