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2025-03-27 18:51: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를 공식화하며 국내 자동차업계의 악영향이 예상된다. 지역 주력산업인 국내 자동차업계에 납품을 하는 자동차부품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수출이 주력인 한국GM 창원공장을 주 거래처로 둔 업체 고민은 더욱 깊다.
■가슴 더 졸이는 GM 하청업체
27일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GM 창원공장이 있는 경남 지역 대미 완성차 수출은 31억 달러로 경남 지역 전체 수출의 29%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는 울산 역시 150억 달러로 전체 울산 지역 수출의 64.1%를 차지했다. 부울경엔 완성차 수출이 수출 핵심이고, 관련 생태계도 구축이 돼 있는 상태다. 자동차 수출이 흔들리면 지역 산업 생태계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한국GM 창원공장,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주로 납품을 한다. 지역 업계의 납품 비율은 현대자동차 50%, 한국GM 35%, 르노코리아 15% 수준이다. 다만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국내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을 하고 있어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GM 창원공장 생산 차량 25만 대 중 80% 이상이 북미 시장으로 가고 있어 협력 업체에는 직접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 창원공장에 납품하는 부산 A업체 대표는 “이런 일을 우려해 1~2월에 GM에서 북미로 물건을 많이 수출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자동차부품업계의 특성상 1년 이상 관세전쟁이 이어지면 가격 경쟁력 약화, 판매량 감소, 발주량 감소 등 연쇄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군산공장 문을 닫았던 한국GM이 국내 생산에서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면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같이 미국도 못 간다
지난 24일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자동차 생산(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61억 달러), 미래 산업·에너지(63억 달러) 등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며 트럼프 관세전쟁을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도 단기적으로는 피해가 예상된다. 투자 계획도 애초에 4년 기간인데다 생산능력 확대, 제철소 건립 모두 단기간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하청업체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태다. 오린태 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 2차 하청업체들은 규모가 있다 보니 현대차를 따라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고 계속 거래를 이어가겠지만 소규모 3, 4차 하청업체들은 따라갈 여력이 없다”며 “결국 미국 현지의 공장들에게 핵심 거래처를 빼앗길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전쟁 대응책 시급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작년 대비 18.59%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와 부산시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27일 기획재정부 원스톱 수출 수주지원단과 ‘원스톱 수출 119 간담회’를 열고 관세전쟁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 부산시는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 수출무역보증 등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의 전향적인 협상을 통한 특수 업종 현행 관세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4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긴급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었다.
동명대 허문구 글로벌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업계 피해는 부산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인데, 산업자원부가 시나리오별 지원 방안을 수립하고 부산시도 물류비 추가 지원 등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