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음식점 '역대 최장' 불황…22개월째 생산 ‘뒷걸음질’

도소매·숙박음식 취업자도 5분기째↓
내수 부진 고용시장 전반에도 악영향
“고물가·고금리에 계엄·美관세 겹악재”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4-13 09:24:12

부산 부산진구 서면 상권 일대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부산진구 서면 상권 일대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대표적인 서비스 내수 업종으로 꼽히는 국내 숙박·음식점업이 역대 최장 불황의 늪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불황으로 내수침체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발 미국 관세전쟁, 탄핵정국이 촉발한 국내 정치적 혼란 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은 더욱 벼량으로 내몰리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심화하고 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103.8(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8%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숙박·음식점의 매출을 기반으로 작성된 서비스업 생산지수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 5월부터 지난 2월 사이에 작년 1월만 제외하고는 내내 감소했다. 작년 1월엔 생산이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만 면했을 뿐 보합으로 제자리걸음이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22개월째 단 한 번도 늘지 못하는 불황이 계속된 것이다. 서비스업 생산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장 부진' 기록이다.


서울 마곡지구 한 상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곡지구 한 상가 모습. 연합뉴스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가 2년 가까이 하락하면서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 이후 회복됐던 업황도 다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악화했다. 지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2년 3월(101.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숙박·음식점업 업황은 최근 더 악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숙박·음식점업 생산(계절조정)은 전달보다 3.0% 줄어 2022년 2월(-8.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연말 항공기 사고, 탄핵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음식점업 불황이 두드러진다. 음식점업 생산지수(불변)는 지난 2월 100.4까지 떨어졌다. 숙박업 생산지수는 같은 달 119.0을 기록하며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계속되는 숙박·음식점업 불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의 자영업 불황을 더 심화할 수 있는 악재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숙박·음식점업 불황이 본격화한 2023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98만 6487명으로 이미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음식점이 15만 8000명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작년에는 숙박·음식업 생산이 연중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폐업이 더 늘어났을 수 있다.


서울 마포구 한 폐업한 고깃집에서 관계자들이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한 폐업한 고깃집에서 관계자들이 철거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내수 의존도가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5개 분기 연속 줄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장 감소 흐름을 보였다.

통계청 고용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552만 7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만 5000명 줄었다. 작년 1분기(-5000명)를 시작으로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은 작년 2분기(4~6월) 2000명에서 3분기(7~9월) 4만 5000명, 4분기(10~12월) 9만 명까지 확대했다가 올해 1분기 축소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흐름이다.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1분기(-12만 6000명)∼2021년 4분기(-10만 5000명) 이후 가장 긴 기간 내림세다.

당시에는 방역 조치에 따른 고용 축소였는데, 현재는 내수 자체의 체력 저하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은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이다. 올해는 조기 대선, 미국의 롤러코스터식 관세 폭탄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는 더 약해지고 있어서 내수 부진이 고용 위기로 악순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소비 부진이 계속된 상황에서 미국 관세 폭탄으로 기업 투자와 고용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더 강한 자영업 불경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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