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또 다른 재미 GV, 부산연극제 풍성하게 살찌운다

3일 개막한 연극제, 연일 매진 행렬
관객 대부분 제2막 GV 자발적 참여
관객-배우 직접 소통하며 서로 만족
18일까지 13차례…아직 4번 남아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4-13 15:10:46


지난 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커튼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사 뒤 곧바로 두 번째 막인 GV가 진행됐다. 김희돈 기자 지난 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커튼콜에서 출연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사 뒤 곧바로 두 번째 막인 GV가 진행됐다. 김희돈 기자

제43회 부산연극제가 막바지로 향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지난 3일 막이 오른 후 공연이 열리는 소극장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부산연극제의 흥행 요소에는 공연이 끝난 후 열리는 관객과의 대화(GV)가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섹션 부산’ 첫 상연작인 극단 따뜻한 사람의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무대가 열린 지난 8일 부산진구 부암동 백양문화예술회관 소극장. 80분의 공연이 끝난 오후 9시. 대학가요제가 낳은 명곡 ‘연극이 끝난 후’ 노랫말처럼 빈 객석엔 조명이 꺼진 무대를 혼자 바라보는 배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절반 이상의 객석은 여전히 관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원형으로 세팅된 무대엔 이날 연기를 펼친 배우 14명과 연출가가 자리했다.

지난 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공연 후 연출가와 배우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지난 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공연 후 연출가와 배우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지난 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공연 장면. 부산연극협회 제공 지난 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 공연 장면. 부산연극협회 제공

이미 커튼콜까지 마무리됐지만 이날 연극의 두 번째 무대인 GV가 이제 막 열릴 참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관객과 만난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는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뒤틀린 가족사를 통해 시대적 아픔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다. 류수현 극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10회 김문홍희곡상을 받았다.

GV 사회를 맡은 부산연극협회 최용혁 예술감독이 첫 질문으로 분위기를 띄우자 곧이어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이 쏟아졌다. “제목에 나오는 손과 부채의 연관성은?” “징용과 위안부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가 가지는 의미 이상의 메시지가 있다면.” “극 중 소녀들이 부르던 산토끼 노래의 의미는?”

답변 도중 연신 눈물을 쏟아 낸 배우에겐 격려의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커튼콜 때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한 답변이었는데, 마이크를 든 이경진 배우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너무 많이 잊고 산 사람으로서, 이 작품의 배역을 맡을 자격이 있나 싶은 생각에 눈물이 계속 났다”라고 말해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를 연출한 극단 따뜻한사람 허석민(맨왼쪽) 대표가 GV에서 관객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를 연출한 극단 따뜻한사람 허석민(맨왼쪽) 대표가 GV에서 관객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극단 따뜻한사람 허석민 대표는 “(우리 역사에는)일제강점기처럼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부조리한 역사를 잊고 타협하는 순간 우리는 진짜 피해자가 된다”라는 말로 연출 의도를 밝혔다. 허 대표는 이어 “역사나 정치 문제를 경연 작품으로 선택하는 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는 청년 극단이니까 도전할 수 있었고, 관객들 역시 지지와 공감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스테이지 섹션’의 ‘어둠상자’ GV 분위기도 이에 못지않았다. 두 차례나 질문을 던진 이정혜(63) 씨는 “연극을 보며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부터 허구인지 궁금했는데 연출가의 답변을 통해 말끔히 해소됐다”라며 “요즘 가장 중요한 게 소통인데, 연극도 궁금증을 해소하고 피드백을 받는 GV를 마쳐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둠상자’는 7월 인천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연극제에 부산 대표로 참가하는 작품이다.

지난 9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연극 '어둠상자' 공연과 GV를 마친 배우와 연출가가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지난 9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연극 '어둠상자' 공연과 GV를 마친 배우와 연출가가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인사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지난 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지난 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연극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손, 부채'를 보기 위해 관객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이번 제43회 부산연극제에서는 GV가 모두 열세 차례 열린다. 앞서 언급한 두 차례를 포함해 아홉 차례는 이미 진행됐다. 14일부터는 소극장 6번출구 무대에 오르는 ‘스테이지 섹션’의 ‘워 아이니?’를 시작으로 18일 백양문화예술회관의 ‘꽃피는 정거장’까지 네 차례 GV가 차례로 열린다.

부산연극협회는 GV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차동희 사무처장은 “지난해까지 선택적으로 몇몇 작품만 하다 올해에는 무대에 오르는 전 작품을 대상으로 GV를 하고 있다”며 “GV가 연극제 흥행과 내실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협회 최용혁 예술감독은 GV를 ‘연극 관람의 또 다른 재미’라고 규정했다. 최 예술감독은 “영화와 달리 연극은 일회성으로 사라지는 예술이다 보니 현장의 분위기나 공기, 객석과 무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순간을 현장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며 “이런 순간을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GV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43회 부산연극제는 오는 20일 오후 5시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리는 폐막식 및 시상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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