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딴청’, 관중은 ‘멘붕’…참 어설픈 단일화 시나리오

김문수 캠프, 결선 진출 이후 당 후보 중심 단일화 언급 불구
한덕수로 단일화 상정한 지도부, 전대 직후 압박, 충돌 이어져
후보 성향, 캠프의 관성 등 현실 무시한 전략이 자초했다는 지적
다만, 김 후보 일정 멈추고 귀경, 막판 타협 가능성 남아 있어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2025-05-06 17:12:02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후보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가 현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후보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가 현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울어진 6·3 대선 구도에서 보수의 마지막 희망과 같던 ‘반명(반이재명) 빅텐트’가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대선후보 간 정면충돌로 첫 단추를 꿰는 것조차 힘겨워 보인다. 당 지도부는 7일 무소속 한덕수 예비 후보와의 단일화 ‘데드라인’을 오는 11일로 설정해 최후 통첩에 나섰지만, 김 후보는 “당에서 나를 대선후보에서 끌어내리려 하느냐,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치렀느냐”며 반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런 김 후보를 두고 “쿠데타” “대국민 사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어설픈 단일화 시나리오의 예고된 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김 후보 측의 이런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바다. 김 후보 측은 경선 결선 진출이 확정된 이후부터 국민의힘 후보 중심의 단일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 후보 스스로 지난 1일 방문한 충남에서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불쏘시개’라는 시각을 일축했고, 캠프 핵심인 김재원 전 의원은 “김문수가 후보로 선출되면 국민의힘 후보이기 때문에 김 후보가 주도하는 단일화 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에게 ‘보수 후보’ 자리를 그냥 넘기는 일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는 지난 3일 전당대회 직후 김 후보에게 7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이를 한 후보에게 단일 후보 자리를 넘기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김 후보는 강한 거부감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당 대선후보에게 주어지는 ‘당무 우선권’을 내세워 당 지도부에게 사무총장 교체, 단일화 논의기구 구성 등을 역으로 요구했다. 자신을 당 대선후보로 인정하고,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손쉬운 단일화를 자신한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의 오판 배경과 관련, 우선 김 후보의 ‘스타일’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세대 노동운동가 출신에서 강경 보수로 사상적 극단을 오간 김 후보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부분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향이라고 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탈레반’이라고 언급할 정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김 후보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다”며 “김 후보 성향상 저렇게 방향을 정하면 쉽게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고, 한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를 내걸고 김 후보 캠프 핵심 역할을 맡았던 박수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후보가 진실한 분이라 단일화를 바로 할 것이라며 많은 의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했는데, 현재로선 제 판단이 틀린 상태”라고 “어제 의총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캠프의 속성상 현재의 단일화 시나리오가 무리라는 애기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 측근들이나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치열한 경선을 통해 선출된 당 후보 자리를 아무런 대가나 보장도 없이 당 밖 인사에게 그냥 내놓으라고 하는 게 수용이 되겠느냐”며 “이런 단일화가 논란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나이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는 이날 전 당원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와 ‘데드라인’ 설정 등으로 김 후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김 후보가 ‘버티기’를 이어가고자 한다면 사실상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당 경선을 거쳐 선출한 대선후보가 당 밖의 인사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면 법적 문제 등 엄청난 후폭풍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김 후보가 이날 당 지도부를 비판하면서도 7일 예정한 부산 일정을 취소하고 귀경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막판 타협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일화 실패는 당이나 김 후보 양측 모두 ‘공멸’이라는 점에서 김 후보가 조만간 당 지도부, 한 후보 측과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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