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보험료가 3500만 원? 도박이나 다름 없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

해양수산부, 2008년 도입했지만
정책보험 불구 보험료 너무 비싸
10억 원 한도 3600만~6800만 원
재난 없이 넘어가면 새로 갱신해야
영세 어민 부담… 가입 24% 그쳐
“5000만 원 복구비 한도 늘려야”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2025-09-03 08:00:00

2일 오전 남해군 미조면 설리마을 한 양식장 모습. 수면 위로 폐사한 참돔이 대량으로 떠올랐다. 남해군 제공 2일 오전 남해군 미조면 설리마을 한 양식장 모습. 수면 위로 폐사한 참돔이 대량으로 떠올랐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안 양식 어민들 여름나기가 올해도 힘겹다.

지난해 양식장을 초토화한 고수온이 예상보다 일찍 잦아들면서 겨우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번엔 적조가 말썽이다. 고수온에 밀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적조는 올여름 고수온이 주춤한 틈을 타 세력을 불리며 어민들에게 6년 전 악몽을 되살려내고 있다.

제대로 된 피해 복구를 위해선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비싼 보험료 탓에 대다수 어민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앞서 경남 서·중부 해역에 발령했던 적조 주의보를 1일 오후 5시부로 거제 동부 앞바다까지 확대했다. 사실상 경남 앞바다 전체가 적조 영향권에 들어간 셈이다.

통상 유해 적조 생물인 코클로디니움 농도가 ml당 1000개체 이상일 때 양식 어류 폐사를 유발하는 데, 남해 미조와 거제 저구 그리고 통영 죽도 인근에선 적게는 4000개체, 많게는 8000개체가 넘는 고밀도 적조가 관찰되고 있다.

이중 육지와 가까운 남해와 하동 연안 양식장에선 폐사가 시작됐다. 2일까지 확인된 피해량만 35개 어가, 50만여 마리다.

경남권 최대 양식 어류 산지인 통영과 거제에선 아직 관계 기관에 접수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미 일부 양식장에서 적조 피해로 추정되는 폐사체가 연거푸 발견되고 있어 집단 폐사도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고수온 환경에 상당 기간 노출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선 평소라면 거뜬한 저밀도 적조조차 치명적이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경남에서는 집계가 시작된 1995년, 1300만여 마리가 적조에 떼죽음한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다 2019년 212만여 마리를 끝으로 지난해까지 5년간은 피해가 없었다. 적조도 생물이라 30도를 넘나드는 이상 고온에선 맥을 못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7~8월 집중호우가 고수온을 누그러뜨리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어진 뒤끝 폭염에도 수온이 24~27℃로 유지된 데다 육지의 영양염까지 다량 유입돼 적조 확산에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 졌고, 결국 우려가 현실이 돼 버렸다.

피해 어민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으려면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 보험은 각종 자연재해나 어업재해로 입은 어민이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가 2008년 도입했다. 정부가 보험료 절반을 국고로 지원하고, 수협이 운영한다.

하지만 정작 영세한 어민들에겐 언감생심이다. 국가 기금으로 손해를 충당하는 정책보험임에도 보험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주력 품종인 조피볼락(우럭)의 경우, 일반적인 보상 한도 10억 원 설정 시 총 보험료는 4570만 원이다. 이 중 정부(50%)와 지자체(20~30%) 지원금을 보태도 어민 자부담이 1160만 원 상당이다.

하지만 이는 태풍과 해일, 적조 피해에 국한된 주계약 조건이다. 최근 잦아진 고수온, 저수온 등 이상 조류까지 보장받으려면 ‘특약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특약 추가 시 총 보험료는 2억 4000만 원 상당, 어민 자부담은 3500만 원으로 껑충 뛴다.

보험료는 어종별로도 차이가 있어서 주력 품종인 참돔은 같은 조건에 6800만 원 상당을 내야 한다. 지자체 지원이 최대 1000만 원으로 제한된 전남 여수 지역 어민들은 무려 2억 4200만 원이 자부담이다. 1년 뒤 사라지는 소멸성 보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웬만한 규모가 아니고선 엄두도 못 낼 수준이다.

남해군 한 어민은 “보험료를 낮추려 한도를 낮추다 보니 전체 20칸에서 피해가 발생해도 실제 보상은 5칸 정도만 가능한 수준이 돼 버렸다”고 푸념했다.

통영시는 관내 전 해역에 적조 주의보가 발령됨에 따라 적조 확산 차단과 어업인 피해 예방을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황토를 실은 어선들이 양식장 주변을 돌며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영시 제공 통영시는 관내 전 해역에 적조 주의보가 발령됨에 따라 적조 확산 차단과 어업인 피해 예방을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황토를 실은 어선들이 양식장 주변을 돌며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통영시 제공

설상가상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양식 수산물 떼죽음 피해가 빈번해져 손해율이 급증하자 보험 판매사인 수협중앙회가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어민 부담은 더 커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6월 말 기준 경남 어류 양식어가 보험 주계약 가입률은 24.8%에 그치고 있다. 특약 포함은 이보다 낮은 20.9%다. 이마저도 경남도가 올해 지원을 확대(자부담 중 70%, 주계약 최대 700만 원, 특약 무제한)한 덕분이다. 지난해는 주계약 9.6%, 특약 3.9%였다.

무보험 어가에는 정부가 어장 복구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피해 규모가 얼마든 최대 5000만 원이 한도다. 이를 두고 어민들 사이에선 보험료 지원을 줄이고, 대신 복구비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남해수수협 김성훈 조합장은 “지금도 보험료 걱정에 가입을 꺼리는 어민이 상당수”라며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 환경에 맞춰 특약을 주계약에 포함하는 등 가입률을 높일 현실적인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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