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9-02 16:08:32
“모든 장르 중 유일하게 멜로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멜로의 맛을 깨달았어요. 저만 그 재미를 모르고 살아온 것 같더라고요.”
영화 ‘십개월의 미래’, ‘힘을 낼 시간’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남궁선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로 돌아왔다. 작품은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열아홉 소녀가 평생의 콤플렉스였던 곱슬머리를 펴려는 계획을 세우다 한 전학생과 얽히며 벌어지는 청춘 로맨스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남궁선 감독은 “전 세계 한국 영화 팬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아져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공개 직후 글로벌 톱10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고, 풋풋한 분위기와 레트로 감성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궁 감독은 “‘고백의 역사’엔 미국 하이틴 영화의 재미와 아시아권 영화의 귀여움을 동시에 담고 싶었다”면서 “유치한 장면은 더 유치하게, 간지러운 장면은 더 간지럽게 표현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무거운 작품을 연달아 만든 뒤였기에, 이번에는 누구나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도 강조했다.
주인공 한윤석 역에는 배우 공명이 발탁됐다. 남궁 감독은 “한윤석은 세리보다 한 살 많은 설정인데 해맑으면서도 시니컬한 면이 필요했다. 공명이 딱 맞았다”고 했다. 감독은 이어 “공명도 고등학생 연기를 걱정했지만, 신은수와 차우민 같은 또래 배우들이 끌어올려줄 거라 믿었다”며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였다면 영화 톤이 들떴을 거예요. 공명 씨의 묵직한 존재감이 필요했죠.”
‘고백의 역사’는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다. 남궁 감독은 “부산에서 찍은 작품이라 가능하면 부산 출신 배우들이 함께하길 바랐다”고 했다. 실제로 공유와 정유미가 특별출연했는데, 두 배우 모두 부산 출신으로 남궁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는 “두 배우가 ‘부산행’에서 커플로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에도 흔쾌히 참여해줘 감사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 남궁선 감독은 “이번에는 무해하고 귀여운 사랑을 보여드렸지만, 앞으로는 성인의 로맨스나 복잡한 청춘의 결을 담은 작품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감독은 “인생은 짧기 때문에 영화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고 싶다”며 웃었다. “관객이 제 영화를 보고 잠시라도 안식을 얻길 바라요. 그게 제가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가장 큰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