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HD현대중 동시 파업… 비상 걸린 울산

현대차 노조, 하루 2~4시간 부분파업
HD현대 조선 3사, 올해 첫 공동 파업
협력업체 연쇄 위기에 지역 경제 비상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2025-09-03 15:57:56

3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3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난항으로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임금·단체협약 교섭에 난항을 겪는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노조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파업에 돌입했다. 국내 제조업의 두 축인 이들 노조가 동시 파업에 들어가면서 산업계 전반으로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3일 전체 조합원 4만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별(오전·오후) 2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다. 4일에도 2시간씩 파업하고 5일에는 조별 4시간으로 늘려 투쟁 수위를 높인다.

이번 파업으로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인 울산공장의 생산 차질은 물론, 수천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로의 연쇄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일손을 놓은 건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향후 노사 간 임단협 양상에 따라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노사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호봉 승급분 제외), 최장 64세로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14조 2396억 원)을 기록한 만큼 회사의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회사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지난 2일 교섭에서 월 기본급 9만 5000원 인상, 성과금 400%+1400만 원, 전통시장상품권 20만 원, 주식 30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와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에 앞서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미 2일부터 부분파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3일에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파업했다. 4일과 5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 파업이 예고돼 있다. 이번 파업은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등 HD현대 조선 3사 노조가 올해 처음으로 벌이는 공동 파업으로 회사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인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7월 기본급 13만 3,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520만 원 등을 담은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합의안이 조합원 총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되면서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에 걸맞은 추가적인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회사는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을 제시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나머지 조선사들 역시 구체적인 협상안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와의 합병 결정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됐다. 양사 노조와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게 이유다.

합병과 관련한 세부 자료와 고용 보장책을 요구한 양사 노조는 “구조조정과 일방적 전환 배치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울산 경제를 책임지는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두 거대 노조의 동시 파업에 지역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울산 상공계 관계자는 “과거 파업 사례들을 돌이켜보면 자동차나 조선소 생산 차질이 지역 내 수많은 협력업체의 경영난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지역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 바 있다”며 “노사가 더 큰 파국을 맞기 전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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