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1cm 미만은 수술 대신 능동적 감시” [치유의 시대-명의와 휴&락]

⑧ 이샘병원 내분비내과 이성근 원장 ‘갑상선 결절’

양성 결절은 기도 누를 때만 치료
여성 발병률 남성보다 3~4배 높아
암 크기, 위치 따라 추적관찰 가능
신경, 기도 근처나 전이 때는 수술
여포암은 수술 전에 암 확진 안 돼
TSH 억제, 재발 막기 위해 약 복용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4-11-25 17:27:13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부산시장 관사였던 ‘도모헌’ 정원에서 이샘병원 이성근(오른쪽) 병원장이 갑상선 결절의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옛 부산시장 관사였던 ‘도모헌’ 정원에서 이샘병원 이성근(오른쪽) 병원장이 갑상선 결절의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가암 등록 통계에서 갑상선암이 3년 연속 암 발생률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갑상선암 5년 상대 생존율이 100.1%라는 발표까지 나왔다. 갑상선암 환자가 암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인데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샘병원 이성근 원장은 “갑상선암 전체 통계는 그렇지만 3, 4기 환자들의 생존율은 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원격전이가 되면 생존율이 60%대로 떨어질 수 있고 역형성암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꼭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와 추적 관찰을 해도 되는 경우를 잘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의와 휴&락-갑상선 결절〉편은 부산시장 관사로 쓰였던 도모헌(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촬영했다. 도모헌은 최근에 정원과 전시공간, 계단식 강의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한 뒤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목에 혹처럼 불룩 튀어나오는 갑상선 결절은 왜 생기나.

“특별히 나쁜 외부적인 요인이 있다기 보다는 다양한 환경적, 유전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살다 보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로 인해 조직이 과증식되면서 혹이나 종양이 되는 것이다. 콜로이드 결절이나 낭성 결절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

-갑상선 결절은 여성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데 그 이유는.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들이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잘 생기는 병이 있고, 다른 하나는 여성호르몬이 작용해서 생기는 병이다. 갑상선 결절은 두 가지 모두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데 여성 발병률이 3~4배 높다. 그래서 갑상선암이 발견이 된다면 여성이기 때문에 생기기 쉬운 유방암이라든지 자궁암도 반드시 같이 살펴보는 것이 좋다.”

-초음파나 세침흡인세포검사 등을 통해 결절이 양성인 것으로 드러나면 별도의 치료를 안 해도 되나.

“결절이 앞쪽으로 자랐을 때는 세수를 하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혹이 있는데 뒤쪽으로 자랄 때는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검사로 우연히 발견된다. 보통 갑상선 결절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성 결절은 거의 치료를 하지 않는다. 가끔 너무 커서 기도를 누른다거나 식사를 할 때 이물감을 느낄 정도가 되면 수술이나 고주파 열치료로 제거하기도 한다.”

-양성 결절을 수술하고 나면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오지 않나.

“갑상선은 양쪽에 존재하는데 양성 결절의 경우 대부분 한쪽만 자르게 된다. 남은 한쪽이 기능을 정상적으로 하면 약을 안 먹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고 충분히 일을 못 할 때는 약을 먹어야 된다.”

-갑상선암 5년 생존율 100.1%라는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갑상선암은 굳이 수술을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극단적 의견도 있는데.

“1기에서 4기를 합쳐 놓은 수치인데 3기, 4기인 경우에는 생존율이 그보다 떨어진다. 원격전이가 된 경우는 남녀 전체 생존율이 61%로 떨어진다. 암에 걸려서 오래 사는 게 아니고 암이 생기면 아무래도 의료기관 방문이 늘어나고 건강을 챙기면서 조기에 다른 병들도 발견하는 이득이 생긴다. 갑상선암은 급격히 자라는 타입도 있고, 또 천천히 자라거나 거의 안 자라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는 수술 전에 갑상선암이 빨리 자랄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전부 다 수술을 안 하고 그냥 지켜보자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갑상선암 과잉 진료에 대한 논란이 오래전부터 있다. 그러다 보니 1cm 미만의 초기암은 수술을 하지 않고 경과를 관찰하도록 권유하는데.

“갑상선암이 진단 되었을 때 1cm 미만일 경우에는 능동적 감시라고 해서 수술 안 하고 오래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추적관찰을 하다가 중간에 임파선 전이가 되면 수술을 하게 된다. 좀 늦은 것 아니냐고 얘기를 하지만 그렇게 수술을 하더라도 생존율에는 큰 관계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있나.

“단순하게 얘기를 하면 크기와 위치로 판단한다. 크기가 1cm 이상이 된다든지, 1cm가 안 되더라도 기도나 신경 근처에 있다든지, 림프절 전이가 초음파나 CT상에서 발견될 때는 수술이 원칙이다. 그 외에 혹이 변질을 할 것인지 여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걸 보완하기 위해 주기적인 관찰을 한다. 혹이 변해가는 과정을 잘 체크해서 걸러내는 것이 경험 많은 의사의 노하우다.”

-갑상선암은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에 암인지 여부가 확인이 안 된다고 하는데.

“유두암의 경우 수술하기 전에 세침 검사로 90% 이상은 암을 진단할 수가 있다. 하지만 여포암의 경우에는 수술하기 전에는 현재 기술로 진단이 되지 않는다. 수술 전 단계에서는 ‘여포성 종양이다’는 정도의 정보를 받을 수가 있다. 실제로 수술을 해 보면 확률적으로 80% 정도는 양성, 나머지 20%는 암으로 나온다.”

-수질암이나 역형성암인 경우도 수술 전에는 암 여부를 확인할 수 없나.

“수질암도 진단이 조금 힘든데 경험 많은 병리과 의사를 만나면 세침검사 단계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추가적인 혈액검사, 칼시토닌, CEA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할 수 있다. 역형성암은 세포가 아주 독특하게 보이기 때문에 세침 검사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다. 수질암과 역형성암은 악성도가 높아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케이스다.”

-갑상선암 수술 후에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

“약의 복용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먼저 갑상선 한쪽을 잘라냈기 때문에 충분히 기능을 하지 못할 때 보충해 주는 역할이 있다. 남아 있는 갑상선이 충분히 기능을 하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또 다른 하나는 갑상선암의 재발을 막아 주는 기능을 한다. 뇌에서 나오는 TSH라는 갑상선 자극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면 숨어 있는 갑상선암이 커지는데 그것을 억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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