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과 유방암 간 전이, 알프스 수술로 해결”

창원한마음병원 진행성암센터

항암 받고 수술 못 하면 수개월 생존
간 30% 미만 남아도 수술 가능
간 절제 2주 후에 2차 수술 진행
유방암 간 전이 알프스 최초 성공
2024년 간 이식 부산·경남서 최다
진행성 암치료센터 국내 첫 개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5-03-03 17:46:30

주종우(뒷모습)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교수가 인도네시아 메단 아담말릭 국립병원 의료진들에게 진행성 간담췌암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주종우(뒷모습)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교수가 인도네시아 메단 아담말릭 국립병원 의료진들에게 진행성 간담췌암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환자와 상담하고 있는 주종우 교수.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환자와 상담하고 있는 주종우 교수.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진행성 간담췌암(간암, 담도암, 췌장암)은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으면 얼마 살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다. 대개 수개월 정도가 여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들마다 의료 지식의 차이, 관점의 차이, 그리고 역량의 차이 등으로 인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도 적절한 치료를 못 받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는데도 포기하거나 한참을 지나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진행성암치료센터 주종우 교수는 “다발성 간 전이 환자의 경우에는 서울의 대형병원에서도 수술 불가 판정을 내리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 센터에서는 항암면역치료, 화학 색전술, 방사선치료 등을 통해 종양의 크기를 일단 줄인 후에 적극적인 근치적 수술을 통해 환자들을 살려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장암의 간 전이

대장암과 직장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간 전이가 발생한다. 대장의 정맥 혈류는 간문맥을 타고 간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암세포가 전이 되기 쉽다.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하면 암 기수로는 말기인 4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치료를 포기하면 1년을 채 넘기지 못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항암 치료와 간절제술을 시도할 경우 완치도 가능하고 60% 정도는 장기 생존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과거에 대장암의 간 전이 수술 기준은 까다로워서 전이 병변의 개수가 4개 이하, 병변의 크기가 5cm 이하 그리고 한쪽 간에만 있는 경우에만 수술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이 병변을 제거하고 남은 간이 30% 이상만 확보되면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이 병변의 개수와 병변의 크기 그리고 위치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30% 미만으로 간이 남았더라도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1, 2차로 두 번의 수술을 나누어 진행하면 모든 간 전이 병변을 제거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른쪽과 왼쪽 양쪽 전체에 걸쳐서 다발성 간 전이가 있더라도 수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처럼 수술의 적응증이 확장된 것은 주종우 교수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한 알프스(ALPPS) 수술을 적용한 결과다. 알프스 수술은 암을 부분적으로 절제한 후 2주 동안 남아 있는 간을 충분히 키운 뒤 2차 수술에 들어가서 최종적으로 암을 잘라 내는 고난도 기술이다.

대장암이 발병한 후 17개의 간 전이가 나타난 60대 여성 환자가 알프스 수술법을 받은 후에 2년 넘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40대 초반 대장암 환자도 알프스 수술법으로 좌측 간에서 4개의 전이 병변을 절제하고, 우측에서 14개의 병변을 제거한 후에 1년 넘게 재발 없이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유방암의 간 전이와 국소 진행성 췌장암

유방암 환자도 절반 정도가 간으로 전이가 일어난다. 이 경우도 항암치료와 수술을 병행하면 생존율이 크게 올라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방암 간 전이 환자들은 항암만 받다가 얼마 못 견디고 사망한다.

50대 중반의 유방암 여성 환자에서 20개의 간 전이가 확인됐다. 이 환자에게 알프스 수술을 통해 확대 좌측 간 절제술과 우측 간의 다발성 부분 절제술를 시행했다. 그런 다음 우측 간에 고주파 열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 넘게 재발 없이 생활하고 있다. 유방암 간 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알프스 수술을 진행한 것은 국내에서 주 교수가 처음이다.

50대 후반의 다발성 유방암 간 전이 환자도 알프스 수술로 왼쪽 간의 9개 전이 병변을 제거한 후 오른쪽의 남은 9개 병변을 모두 제거한 케이스다. 이 환자도 마지막 수술 후 1년 넘게 잘 지내고 있다.

췌장암은 조금만 진행하면 주변의 혈관을 침범한다. 췌장에 근접해 있는 간동맥, 상장간막 동맥, 간문맥 등의 주요 혈관을 공격한다. 이를 국소 진행성 췌장암이라 하는데, 과거에는 수술이 불가능해 생존기간이 수개월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항암 치료제의 발전으로 국소 진행성 췌장암의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존스 홉킨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국소 진행성 췌장암 환자 84명에서 항암 치료 후에 수술한 환자에서 35개월의 장기 생존이 보고됐다. 항암 치료만 받을 경우 장기 생존은 16개월이었다.

■진행성 간암 환자의 간 이식

창원한마음병원은 지난 2024년 한 해에 총 27례의 간 이식을 시행했다. 부산·경남에서 가장 많은 간 이식 수술 실적이다.

주 교수는 장기이식센터가 개소한 지난 2023년 첫해에 8례의 간 이식 수술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 27례를 합해 2년간 총 35례의 간 이식을 진행했다. 그중 뇌사자 간 이식이 13례, 생체 간 이식이 22례를 차지했다. 혈액형 불일치 생체 간 이식도 8례를 시행했다. 간 이식 성공률은 92%. 간 이식에서 가장 흔한 합병증인 담도 협착은 1건에 그쳤다.

복강경 기증자 수술은 4~5시간이 걸렸고, 수혜자 수술은 5~6시간이 소요됐다. 뇌사자 간 이식은 4~6시간 걸려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수술이 마무리됐다.

주 교수는 “수술에 따른 예후가 좋지 않고 생존율이 낮은 진행성암에 진료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국내에서 최초로 진행성암 치료센터를 개설하게 됐다. 진행성 간담췌암 환자들이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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