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 거품 빠졌나…국제 시세 대비 15배 ‘급락’

사라진 ‘김치 프리미엄’에 금값 와르르
증권사 괴리율 미제공 원인 분석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2025-03-04 10:16:57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팔찌 모습. 연합뉴스.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팔찌 모습. 연합뉴스.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꺼지며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 대비 15배 넘게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시장에서 지난달 28일 1㎏짜리 금 현물(금 99.99_1㎏) 1g은 13만 9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4일 종가 16만 3530원 대비 14.98% 급락한 가격이다.

지난달 14일은 장중 16만 85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뒤 2주 동안 거의 매 영업일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 금 가격은 횡보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가 금 국제 시세를 원화 가치로 환산한 뒤 g단위로 공표하는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14일 13만 6130원에서 같은 달 28일 13만 4830원으로 떨어져 2주간 0.95%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KRX 금시장에서의 금값 하락분 대부분이 금에 대한 ‘김치 프리미엄’이 가라앉으면서 발생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지난 14일 국내 금 시세와 국제 금 시세 간 괴리율은 장중 최고 24%에 달했고, 종가 기준으로는 20.13%에 달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금값에 대한 ‘김치 프리미엄’ 우려가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자 KRX 금 가격 괴리율은 연일 축소되더니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1%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 수요 증대와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자극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을 이유로 금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은 KRX 금 현물보다 금 선물 또는 국제 금 현물로 투자 대상 자산을 교체할 것을 권했다.

금 괴리율이 일순간에 꺼지면서 시장에 단기 충격으로 작용했으나 여전히 많은 증권사들이 금값 괴리율에 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국제 시세보다 얼마나 고평가된 상태에서 금을 사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이로 인해 괴리율이 더욱 크게 확대됐다는 지적도 업계에서 제기된다.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시장정보제공업체 모닝스타가 공표하는 실시간 국제 금 시세에 서울외국환중개 실시간 환율을 적용한 국제 금값을 회원사들에 제공하지만 이를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구현한 증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기준 MTS에서 국제 시세나 금값 괴리율을 확인할 수 있는 증권사는 대형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국내선물옵션 전용 앱에서 제공)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은 국제 시세나 괴리율을 공표하지 않으며 한국거래소가 전 영업일 종가 기준으로 KRX 금 가격 괴리율이 6% 이상일 때 내보내는 기타시장안내도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공시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요즘처럼 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드문 경우라 괴리율이 큰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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