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2025-03-06 15:12:11
한화그룹이 방산과 조선 사업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무더기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재계 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룹 내 효자 노릇을 했던 에너지부문 핵심계열사 한화솔루션의 부진으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3002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 7383억 원, 2022년 9237억 원, 2023년 6045억 원 등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이 5000억 원을 훌쩍 넘기며 그룹 내 맏형 역할을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는 양대 축인 화학사업과 태양광사업이 나란히 부진한 영향이다. 화학부문은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 과잉 속에 영업손실이 1213억원을 기록했고, 태양광 부문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약세로 적자가 2575억원에 달했다. 화학은 한화그룹이 재계 10위권으로 올라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업이다. 태양광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사업 초기부터 일찌감치 공을 들여온 분야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1분기에도 한화솔루션의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이런 부진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하면 뼈아프다.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 724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90% 늘어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해 237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의 실적 호조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3월 저점 대비 3배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지난해 5월 저점 대비 40% 가까이 내렸다.
국내 화학산업이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중국발 공급과잉 속에 과거와 같은 호황이 찾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한화솔루션이 과거와 같이 한화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학산업이 올해부터 사이클상 일시적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예전처럼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긴 힘든 상황”이라며 “어느 화학기업이든 사업재편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