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03-05 20:3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산 제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국가 중 한 곳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강행한 데 이어 한국에도 관세 칼날을 들이댄 것이다. 대미 수출에 주력하는 지역 기업부터 미국·멕시코 등으로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부울경 기업에 이르기까지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을 상대로 관세를 이용한 국가 중 한 곳으로 한국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며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내달 2일로 예고된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관세는 물론 정부 보조금과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 장벽들도 감안해 상호관세율을 책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이어 이달 중 한국의 수출 효자인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분야에도 업종별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미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부울경 기업 역시 피해가 우려된다. 부산의 경우 한국무역협회 부산본부 잠정 집계 결과 미국에 직수출하는 기업은 1000곳으로, 간접 수출하는 기업까지 합치면 1200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들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27억 달러 상당이다. 생산품의 30% 가까이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중견기업 A사는 “상호 관세까지 실제로 부과되면 지역 기업은 물론 지역 경제가 입을 타격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을 토대로 3개 국가에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지역 기업도 수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의 경우 자동차 부품사, 가전업체 등 15곳 정도가 3개국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현지 공장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들이 더욱 난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규모가 작은데 미국 인건비가 멕시코보다 10배나 비싸 미국 공장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이들 기업은 원자재·부품 등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미국 물량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일부 기업은 최악의 경우 관세를 떠안는 것도 고려 중이다. 경남 중견기업 B사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품 상당수는 중남미에서도 소비가 되는 만큼 대기업 결정에 따라 버텨보려 한다”고 토로했다.
이미 타격을 입은 업체도 나왔다.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도요타에 납품을 해 온 부산 중소기업 C사는 올 들어 발주량 ‘제로(0)’를 기록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C사는 “(도요타) 멕시코 공장에는 현재 재고로 대응하겠다는 이야기만 되풀이한다”며 “연간 발주 규모가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미국에도 공장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생산 물량 조절로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과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과 협력 중인 부산 중견기업 D사는 “미국 물량이 주를 이루고 있어 상대적으로 관세 여파가 적지만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기업들이 여전한 만큼 이들의 행보에 맞춰 전략을 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