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 조사 업체에 표창?… 가덕신공항 토지보상 논란

감정평가 담당자 “기본물건조사 용역, 사실과 다른 내용 많아”
감평 기간 늘어나며 건설 지연 우려…부산시 “정상적 용역” 주장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2025-03-06 17:09:59

가덕신공항 완공 시의 추정 예상도.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 완공 시의 추정 예상도.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 건설공사 토지 보상과 관련, 기본물건조사(기본조사)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현장 조사 결과, 앞서 실시한 기본조사의 결과와 다른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기본조사 대상이던 영업권, 농업 손실, 분묘 조사에 대해서도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현장 조사를 맡은 관계자는 “부실한 기본조사 때문에 감정평가가 늦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보상 업무를 위탁받아 시행한 부산시는 기본조사를 맡은 업체에 되레 표창을 수여해 논란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2023년 12월 ‘가덕신공항 건설예정지역 내 토지 및 물건 등 기본조사용역’을 발주, A업체와 2억 90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물건 등 기본조사 용역의 과업지시서에는 토지조서 및 물건조서 작성, 토지 및 지장물 등 자료 정리, 영업손실보상 및 농업손실보상 등 조사, 편입 토지 내 분묘 전수 조사 등을 조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부산시는 2024년 해당 용역을 ‘준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업체가 실시한 지장물(시설물, 농작물 등) 조사의 경우 상당수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본조사 결과에 대해 감정평가업체가 현장 조사 등을 실시한 결과 사실과 차이가 재조사를 요구한 사례만 5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조사를 맡은 관계자는 “부실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는 감정평가가 진행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부산시 측에서는 기본조사와 감정평가를 동시에 하도록 했고 이 때문에 평가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영업권 조사, 농업 손실 조사, 분묘 조사의 경우 기본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문의 결과 기본조사서의 내용이 부실할 경우 수용재결 접수가 어렵다고 한다”고 밝혔다.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수정’ 사항이 대거 발견되면서 당초 2개월로 예상됐던 감정평가는 계속 일정이 늘어나고 있다. 현장 조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현장 조사만 5개월이 소요됐고 기본조사서의 수정 및 정리, 가격자료 수집 및 정리, 감정평가사 간의 가격 협의과정 등을 포함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지보상을 위한 평가가 지연되면 보상절차 전체가 지연되면서 가덕신공항 완공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해당 기본조사 업체에 대해 2024년 말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정평가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기본조사 용역업체에 표창장을 수여한 것은 의구심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또 “부산시가 기본조사 용역업체 이외에 추가로 지원용역 업체까지 별도로 계약해 기본조사 용역의 부실한 부분을 보완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선 조사 용역에 대한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첫 조사가 충실하게 진행됐다면 이후 ‘수정’ 작업 등을 위한 업무 지연이 발생하지 않아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기본조사가 완벽할 수는 없다”면서 “일부 사실과 다른 내용은 감정평가 과정에서 현장 조사를 통해 바로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권 조사, 농업 손실 조사에 대해서도 “정상적으로 용역 결과가 제출됐다”면서 “분묘의 경우 1000기 정도가 조사되지 않은 사실이 있었지만 군사보호지역이어서 발생한 일이고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반영이 됐다”고 해명했다.

부산시는 기본조사 용역 이외에 지원 용역 업체에 대해선 “기본조사 용역을 추가로 한 것이 아니고 업무 보조를 위해 계약한 것”이라며 “기본조사 용역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다만 “지원 용역 업체가 일부 기본조사 내용을 확인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기본조사 용역 업체 표창에 대해선 “기본조사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로 일정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용역 업체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용역을 준공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표창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본조사를 실시한 업체 측은 “기본조사는 그야말로 기초적인 자료 제공”이라며 “이후 제기된 추가 조사 요청에 충실히 응해 자료를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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