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의 숨은 보석 ‘문동’, 지역 잡지 ‘문오성’이 띄운다

동백·신평·칠암·문중·문동
다섯 마을 알리기 위해 창간
‘파도 치유 체조’ 개발 등 화제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2025-03-05 14:01:07


어르신들의 근골격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파도 치유 체조’를 시연하고 있다. <문오성> 제공 어르신들의 근골격을 자연스럽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파도 치유 체조’를 시연하고 있다. <문오성> 제공

놀라운 지역 잡지를 뒤늦게 발견했다. 차라리 사람 이름이거나, 혹은 별자리라고 하면 더 어울릴 것 같은 잡지 <문오성> 이야기다. 오색찬란한 띠로 그려진 예사롭지 않은 표지부터 글, 사진, 편집 모두 수준급이다. 맨 뒤쪽을 펼치면 로컬매거진 <문오성> 2호는 기장군수를 발행인으로 해서 ‘기장군 문동생활권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앵커조직 현장사무국’이 발행했다고 나와 있다. 해양수산부 공모 사업에 ‘문화예술 플랜비’와 ‘로컬바이로컬’ 두 개 단체가 컨소시엄으로 들어가 선정됐다는 대목에서,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평생을 부산에 살았어도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문오성은 부산 기장군 일광읍의 끝에 위치한 동백, 신평, 칠암, 문중, 문동 다섯 마을을 합쳐 부르는 지명이다. 지난해 창간호에 이어 이번에 발행한 2호는 문오성 다섯 마을의 역사와 지명에 관한 소개로 문을 연다.

과거 이 지역은 문중을 중심으로 문동(문동 2, 3, 4반), 문서(동백, 신평), 문하(칠암), 문상(문동 1반)이라 불렀다. 모두 앞 글자로 ‘문’을 사용했고, 다섯 마을이기에 숫자 ‘오’를 가져와 점차 문오성 마을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통으로 등장하는 ‘문’은 문동의 뒷산인 문산에서 온 것으로 알려진다.


문동마을 박영찬 이장. <문오성> 제공 문동마을 박영찬 이장. <문오성> 제공

지명 소개가 끝나면 5개 마을의 이장이 등장해 각자의 마을에 대한 소개, 그보다는 수다라고 불러야 어울릴 말들이 이어진다. 문동마을 박영찬 이장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63년째,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7대째 문동마을에서 사는 토박이다. 동백마을 서부성 이장은 이장을 18년이나 했다. 10년 하다가, 쉬다가, 4년 또 하다가, 쉬다가, 다시 4년째 하고 있단다. 최재영 문동현장사무국 코디네이터는 “이장은 주민 투표로 선출한다. 도시 사람들은 이장을 경험해 보지 못해 오해하거나 막연하게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이장이 어떤 마음으로 마을에서 일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오성 해수탕 베란다에 각양각색의 목욕 바구니들이 줄지어 있다. <문오성> 제공 문오성 해수탕 베란다에 각양각색의 목욕 바구니들이 줄지어 있다. <문오성> 제공

지역 주민 특별 할인이 적용되는 문오성 해수탕을 찾아간 이야기도 흥미롭다. 카운터를 보는 이모에게 밭일하는 손님은 밭에서 난 것을 주고, 바다로 향하는 손님은 바다의 것을 준다니 그야말로 정이 넘치는 곳이다. 목욕탕 베란다 선반에 줄지어 있는 각양각색의 목욕 바구니들이 문오성 주민들처럼 개성이 넘쳐 보인다.

잡지는 문오성의 특산품 기장쪽파의 역사까지 찾아간다. 1800년 초 기장으로 귀양온 심노승의 문집인 <남천일록>에 기장의 남새밭에서 파를 재배하는 모습이 등장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파 농사 덕분에 2018년 기장쪽파는 지리적표시 농산물로 등록됐다. 45년째 파 농사를 짓는 문명금 씨 이야기와 오스테리아 어부 정용욱 셰프의 문오성 파전과 쪽파 봉골레 파스타 레시피가 감칠맛을 더한다. 맛집과 숙소 소개까지 읽다 보면 문오성에 꼭 가고 싶어진다.

기장쪽파의 역사는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오성> 제공 기장쪽파의 역사는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문오성> 제공

<문오성>은 종이 잡지의 한계도 뛰어넘을 기세다. 인제대병원 어업인 보건안전센터와 함께 어르신들의 근골격을 자연스럽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파도 치유 체조’를 개발해 유튜브에 올렸기 때문이다. 시원한 바다와 테트라포드를 배경으로 어르신들이 체조하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문오성> 홍순연 편집인(로컬바이로컬 대표)은 “도심에 가까운 어촌 마을인데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 잘 알리는 방법으로 잡지를 만들게 됐다. 잡지를 통해 다양한 활동들을 보여 주고 그걸 기반으로 해서 확장하는 콘텐츠들을 계속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문오성> 표지. <문오성>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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