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2025-03-05 18:26: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첫 의회 연설에서 반도체법 폐지와 조선업 부서 신설, 미국산 자동차 세제 혜택 신설 등을 발표했다. 반도체법 폐지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악영향’이 예상되지만 조선업과 자동차 세제 혜택과 관련한 언급은 향후 한국 기업들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가진 의회 연설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에 관세를 통해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일에는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한 달간 유예했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4일부터 실시할 것임을 밝혔다.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체결이 미국에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판단한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USMCA 협정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활용해 자동차·가전 분야를 중심으로 멕시코에 활발히 진출한 상태인데,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삼성,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등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계약을 통해 받기로 한 보조금을 주지 말도록 반도체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첫 의회 연설에 기대감이 높아진 한국 산업 분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알래스카주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과 조선산업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가 알래스카주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 일본과 다른 나라들이 각자 수조 달러의 투자를 통해 우리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알래스카 남부 해안가로 나른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약 1300km 길이 가스관과 액화 터미널 등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약 450억 달러(약 65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상선과 군함 건조를 포함한 미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면서 이를 위해 “백악관에 새로운 조선 (담당) 사무국을 설치하고 이 산업을 원래 있어야 할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특별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은 이미 미국 해군 함정 MRO(건조·유지·보수)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HD현대는 지난달 미국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미국의 조선업 기반 재건하는 데 역할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자동차 관련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미국에 진출한 현대차그룹 등이 기회를 엿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소비자가 갚는 자동차 대출금 이자에 대해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의 경우에만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생산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어 호재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건립에만 약 8조 원을 투입한 바 있는데, 업계에선 본격 가동 시 30만대에서 최대 50만대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까지 합치면 현지 생산대수는 약 110만대로 전체 판매량의 약 70%에 달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면서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근거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한국은 2007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현재 대부분의 수입품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