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2025-01-01 18:33:06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는 ‘로컬라이저’ 하단부 콘크리트 구조물(둔덕)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전국 공항의 항행안전시설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무안에 도착한 미국 합동조사단도 이 시설물에 대해 면밀히 점검 중에 있다.
국토부는 1일 브리핑에서 “전국 공항에 설치돼 있는 항행안전시설에 대한 재질 조사 등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규정에 맞게 돼 있다”고 했다가 지금은 국내외 관련 규정과 다른 공항에 대한 설치 현황을 점검해 보겠다고 하는 등 뒤늦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끝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설치된 항행안전시설이다. 항공기에 전파를 쏴서 활주로에 정확하게 착륙하도록 돕는 시설이다. 사고 여객기는 동체착륙을 하면서 활주로를 지나 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면서 화염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 시설만 없었으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구조는 20여년 전 설계 당시부터 적용됐는데, 당시 설계 및 시공은 국토부와 서울지방항공청의 발주로 1999년부터 금호건설 컨소시엄에서 건설을 맡았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달 30~31일 브리핑에서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이 규정상 문제가 없으며 미국 LA 공항,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 등 해외에도 비슷한 구조물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안전구역을 240m로 정하고 있고 미 연방항공청(FAA)는 1000피트(304m)를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로컬라이저를 2023년 보수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30cm 더 높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핑 이후 국토부 고시인 공항·비행장시설 이착륙장 설치기준으로는 ‘방위각 시설이 설치되는 지점까지 (구조물이 부러지기 쉽게 만들도록 한) 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항공업계 등에서는 위성 사진을 근거로 LA 공항 등에 실제로는 콘크리트 재질 둔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도 일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외국 공항 사례도 포함해 ICAO 등 주요 선진국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별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여수공항과 포항경주공항도 무안공항과 같은 형태의 로컬라이저가 있는데, 인천·김포공항은 콘크리트 돌출 구조물이 없는 형태다. 지역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빚어낸 지역 불균형이 공항 주요 시설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