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2-06 16:56:33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의 첫 탐사시추 유망구조인 '대왕고래'가 양호한 석유구조를 갖췄으나 경제성 있는 가스전은 아닌 것으로 잠정 분석됐다. 시료 및 데이터 정밀 분석이 남아있지만, 첫 시추 과정에서 기대했던 수준의 석유·가스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전체 프로젝트 동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관계자는 6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추 과정에서 가스 징후를 일부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발표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양호한 석유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시추를 통해 획득한 시료·데이터는 나머지 6개 유망구조 후속 탐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일 포항 앞바다에서 약 40km 떨어진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를 투입해 최근까지 탐사시추 작업을 벌여 왔다. 시추 현장에서는 세계 1위 시추기업인 미국의 슬럼버거(Schlumberger)가 채취된 암석과 가스 등의 성분을 기록·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작업도 병행했다.
탐사시추를 통해 대왕고래 유망구조가 미국의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 분석처럼 석유·가스가 모여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구조를 갖추고 있고, 일부 층에서 그 흔적을 발견했지만, 본격적인 시추에 나설 정도의 경제성은 없다는 것이 초기 분석 결론이다.
이에 정부는 대왕고래에 대한 추가 탐사시추는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시추공을 뽑고 현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오는 5∼6월께 정밀 분석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초기 분석 결과 대왕고래 유망구조의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전체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와 석유공사는 20%의 성공 확률을 고려해 향후 수년에 걸쳐 최소 5번의 탐사시추가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석유공사는 물리탐사 자료 분석을 통해 '대왕고래'를 비롯한 동해 7개 유망구조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수 있다고 보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당장 추가로 남은 4차례의 시추 사업의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2차 시추부터는 오일 메이저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사업 추진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진행한 로드쇼(사업설명회)를 통해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은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에 상당한 관심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역시 1차 시추에서 석유·가스 매장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던 터라 이번 1차 탐사시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성공 확률을 높여가며 추가 시추를 통해 '20%의 확률'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기업과 의견 교환 통해 추가 시추가 이뤄지는 등 분명 어떤 변곡점이 있을 것"이라며 "13번이 아니라 2∼3번 만에 끝날 수도 있고, 투자 유치 땐 의무 시추 개념이 있어 6개 유망구조 등에 대한 시추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 생산했다 종료한 동해 가스전은 11번째에서 성공했고, 가이아나 유전도 13번째인가에서, 노르웨이 에코피스크 유전도 33번인가 시도했다"며 "국민이 허락해 주시면 계속 이어 가는 게 자원 개발 생태계 유지에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