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겨울 여행의 참맛, 부산에서 3시간이면 만난다

[원주시 1박 2일 유람기]

소금산 출렁다리부터 100m 빙벽까지
부산서 접하기 힘든 경관 저절로 탄성

박경리 공원·한지테마파크·강원감영…
문학과 역사 향기 가득한 명소도 즐비

중앙선 복선화로 ‘체류 관광지’ 재조명
여행사들 원주 투어 상품 잇따라 출시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2025-02-06 07:00:00

강원도 원주시의 대표 관광지인 소금산 그랜드밸리. 출렁다리(앞)와 울렁다리 등 계곡 위에 설치된 두 개의 교량과 잔도 스카이타워가 보인다. 단순 경유지로 인식되던 원주시는 중앙선 복선화 완료 이후 체류형 관광지로 재조명받고 있다. 김희돈 기자 강원도 원주시의 대표 관광지인 소금산 그랜드밸리. 출렁다리(앞)와 울렁다리 등 계곡 위에 설치된 두 개의 교량과 잔도 스카이타워가 보인다. 단순 경유지로 인식되던 원주시는 중앙선 복선화 완료 이후 체류형 관광지로 재조명받고 있다. 김희돈 기자

강원도의 명칭이 유래한 두 도시 중 하나인 원주시. 지난해 말 부산 부전역에서 서울 청량리역을 잇는 중앙선 완전 복선화 이후 한결 가까워진 곳이다. 부전역에서 KTX-이음을 타면 원주역까지 3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ITX-마음은 4시간 30분 남짓. 대하소설 <토지>를 남긴 박경리(1926~2008) 선생이 ‘원래의 대지, 본질적인 땅(原州)’이라고 칭하며 사랑했노라고 고백한 문학 도시이기도 한 원주. 기차로 다녀온 1박 2일 원주 유람기를 소개한다.

강원도 원주시 원주역 광장에 설치된 산 모양 조형물. 소금산과 치악산 등 원주시에는 강원도 특유의 지형을 뽐내는 유명 산이 많다. 김희돈 기자 강원도 원주시 원주역 광장에 설치된 산 모양 조형물. 소금산과 치악산 등 원주시에는 강원도 특유의 지형을 뽐내는 유명 산이 많다. 김희돈 기자

∎원시의 아름다움 간직한 자연 도시

원주에는 3개의 유명한 산이 있다고 한다. 치악산과 소금산, 그리고 사립박물관인 뮤지엄 산. 아니나 다를까 원주역 광장에 서니 산을 본뜬 초록색 조형물이 여행객을 반긴다. 그중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올랐다. 깎아지른 듯한 산세와 뛰어난 풍광을 자랑해 작은 금강산이라 불리는 소금산 계곡을 둘러싸고 출렁다리와 잔도, 스카이타워, 울렁다리가 조성된 곳이다.

시작은 출렁다리부터. 주차장에서 도보 20분 거리인 매표소에서 다리 입구까지는 다시 57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아득함도 잠시, ‘오늘만큼은 천천히’ 등 응원 문구와 지나온 계단 개수를 보여주는 숫자판을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입구에 이른다. 100m 아래 계곡을 두고 매달린 200m 길이의 출렁다리. 구멍이 숭숭 뚫린 발판 아래 모습에 살짝 긴장하기도 했지만, 이내 눈앞에 펼쳐진 비경을 놓칠세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금산 그랜드밸리 출렁다리. 계곡 100m 위에 설치돼 다소 흔들리지만, 빼어난 주변 경관에 흠뻑 젖다 보면 두려움은 금세 사라진다. 김희돈 기자 소금산 그랜드밸리 출렁다리. 계곡 100m 위에 설치돼 다소 흔들리지만, 빼어난 주변 경관에 흠뻑 젖다 보면 두려움은 금세 사라진다. 김희돈 기자

이달 말 준공하는 소금산 그랜드밸리 케이블카.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입구까지 운행, 산행 부담을 덜어 줄 전망이다. 김희돈 기자 이달 말 준공하는 소금산 그랜드밸리 케이블카.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입구까지 운행, 산행 부담을 덜어 줄 전망이다. 김희돈 기자

다리를 건너면 벼랑에 걸친 잔도와 상공 150m 높이에 선 스카이타워, 400m 길이의 울렁다리가 차례로 나타난다. 이렇게 한 바퀴 돌아오는 데 대략 2시간 30분이 걸린다. 동절기인 4월까진 오후 3시 30분 입장 마감. 이용 요금은 만 13세 이상 성인 9000원이고 매주 월요일 휴장이다. 이달 말에는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입구를 오가는 케이블카가 준공할 예정이라 이용이 한결 편해질 전망이다.

소금산 그랜드밸리에서 차로 10분쯤 달리면 강가에 우뚝 솟은 빙벽에 닿는다. 판대 아이스파크다. 원주시를 휘도는 섬강 물을 끌어 올려 조성한 동양 최대 규모의 인공빙벽으로, 30m에서 100m까지 4개 높이 코스가 조성돼 있다. 클라이머들의 예약이 줄 잇는 빙벽등반의 성지라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도 강원도의 겨울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마침 빙벽을 마주 보고 통창을 낸 커피숍이 남쪽에서 온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섬강 물을 끌어 올려 만든 인공빙벽인 판대 아이스파크. 겨울철이면 전국의 아이스 크라이머들이 예약 전쟁을 펼친다. 김희돈 기자 섬강 물을 끌어 올려 만든 인공빙벽인 판대 아이스파크. 겨울철이면 전국의 아이스 크라이머들이 예약 전쟁을 펼친다. 김희돈 기자

판대 아이스파크 빙벽을 통창으로 마주 볼 수 있는 커피숍.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가기에 제격이다. 김희돈 기자 판대 아이스파크 빙벽을 통창으로 마주 볼 수 있는 커피숍.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 가기에 제격이다. 김희돈 기자

∎문학과 역사의 향기 넘치는 예향

원주에 와서 들르지 않으면 섭섭한 곳이 박경리 문학공원이다. 박경리 선생은 경남 통영시에서 태어나 그곳에 잠들어 있다. 하지만 <토지>로 대표되는 선생의 문학세계를 얘기하자면 원주는 ‘박경리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선생은 26년간의 <토지> 집필 기간 중 18년을 원주에 머물며 4부와 최종 5부를 매듭지었다.

공원 가운데 자리한 선생의 옛집은 거실과 집필실 등 이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마당 너럭바위에는 편하게 쉬는 모습의 동상이 있다. 웅크리고 앉은 고양이와 호미도 보인다. 집필 과정 틈틈이 텃밭을 가꾸며 고양이 여럿을 돌본 선생의 삶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리라.

강원도 원주시 박경리 문학공원엔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를 마무리할 당시 거주한 옛집이 원형으로 보존돼 있다. 김희돈 기자 강원도 원주시 박경리 문학공원엔 박경리 선생이 소설 <토지>를 마무리할 당시 거주한 옛집이 원형으로 보존돼 있다. 김희돈 기자
박경리 문학공원 내 문학의 집에서는 박경리 선생의 사진과 유품, 작품 세계 등을 만날 수 있다. 1964~1965년 10개월간 <부산일보>에 연재한 장편 소설 <녹지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박경리 문학공원 내 문학의 집에서는 박경리 선생의 사진과 유품, 작품 세계 등을 만날 수 있다. 1964~1965년 10개월간 <부산일보>에 연재한 장편 소설 <녹지대>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희돈 기자

공원 들머리 문학의 집에선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과 유품을 만날 수 있다. 방대한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는 <토지>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전시물도 자리하고 있다. 벽면엔 1964~1965년 <부산일보>에 연재한 장편 <녹지대>를 포함해 선생이 남긴 작품 세계를 시대순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루 5차례 진행되는 해설 투어에 참여하면 더 알찬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지천년견오백(紙千年絹五百). 종이는 1000년, 비단은 500년 동안 남는다는 뜻으로 한지의 우수성을 말할 때 쓰인다. 한지 원료인 닥나무 주생산지였던 원주는 우리나라 한지의 중심이다. 한지테마파크에 가면 미처 몰랐던 전통 한지의 역사와 폭넓은 쓰임새를 마주하게 된다.

원주시 한지테마파크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지를 이용한 부채 꾸미기를 체험하고 있다. 유료로 운영되는 만큼 체험한 작품은 가져갈 수 있다. 김희돈 기자 원주시 한지테마파크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지를 이용한 부채 꾸미기를 체험하고 있다. 유료로 운영되는 만큼 체험한 작품은 가져갈 수 있다. 김희돈 기자

종이의 탄생부터 원주 한지의 특징과 제작 과정 등을 소개하는 역사실에서는 갈모 등 조선시대 종이 모자도 볼 수 있다. 전시실에서는 닥종이 인형 작가 최옥자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한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한지 등이나 부채, 액자 꾸미기 등을 할 수 있다. 현장 신청도 가능하며 체험비는 종류에 따라 1인당 6000원에서 1만 8000원까지이다. 아트숍에서는 카드 지갑과 넥타이 등 현재에도 두루 쓰이는 한지 상품을 판매한다.

강원도 원주시 강원감영 전경. 조선시대 강원도 행정을 총괄하던 관찰사가 머물던 곳이다. 시내에 자리해 저녁 식사 후 산책 삼아 둘러보기에 좋다. 김희돈 기자 강원도 원주시 강원감영 전경. 조선시대 강원도 행정을 총괄하던 관찰사가 머물던 곳이다. 시내에 자리해 저녁 식사 후 산책 삼아 둘러보기에 좋다. 김희돈 기자

∎KTX→전용 버스→KTX 패키지 상품도

원주행이 편해졌다지만 현지에서의 이동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뚜벅이 여행객이라면 원주시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버스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원주역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버스는 소금산 그랜드밸리와 판대 아이스파크(3월까지 경유)를 포함해 오크밸리(조각공원), 강원감영(중앙시장) 등 관광지와 종합버스터미널, 만종역, 서원주역 등을 순환한다. 오전 9시 2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6회 운행하며 회당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성인 기준 1일권 5000원, 2일권 8000원이다. 월요일은 쉰다.

장성미 원주시 관광과장은 “승차권을 한 번 구매하면 원하는 곳 어디서든 자유롭게 승하차할 수 있다”며 “시티투어버스로 관광지를 둘러본 뒤 시내 전통시장과 식당에서 원주의 맛을 즐기고 강원감영을 거닐어 보면 멋진 추억여행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원주시 원주역 앞 원주시티투어버스 승차장. 원주의 주요 관광지를 하루 6회 순환 운행한다. 열차로 원주에 도착했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희돈 기자 원주시 원주역 앞 원주시티투어버스 승차장. 원주의 주요 관광지를 하루 6회 순환 운행한다. 열차로 원주에 도착했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희돈 기자

강원도 원주시에서 맛볼 수 있는 손말이고기. 파와 깻잎, 고추, 버섯 등을 얇은 고기에 돌돌 말아 구워 먹는 음식이다. 고기와 채소의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김희돈 기자 강원도 원주시에서 맛볼 수 있는 손말이고기. 파와 깻잎, 고추, 버섯 등을 얇은 고기에 돌돌 말아 구워 먹는 음식이다. 고기와 채소의 풍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김희돈 기자

원주시는 설을 앞둔 지난달 말 부산 지역 여행사를 초청해 팸투어를 시행했다. 여행사들도 발 빠르게 원주 관광 상품을 내놓고 있다. 새영남해외여행사는 부전역에서 KTX를 타고 원주로 이동한 후 전용 버스로 주요 관광지를 들른 뒤 다시 KTX로 돌아오는 ‘해피 원주 1박 2일’ 투어 상품을 출시, 이달 19일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정경해 대표는 “멀게만 느껴지던 원주가 한결 가까워졌다”면서 “부산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겨울 여행의 참맛을 원주에서 마음껏 즐기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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