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에 군침 흘리는 MBK, ‘제2 홈플러스’ 사태 우려

대규모 차입금 조달 뒤 회생절차·여론 악화
영화엔지니어링 실패 등 ‘마이너스의 손’
고려아연 인수로 국가 기간산업 훼손 불안
온산제련소 등 부울경 경제 타격 불안감도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2025-03-12 16:14:50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지난 4일 회생절차 신청 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지난 4일 회생절차 신청 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현 경영진 최윤범 회장 사이 다툼에 변수가 생겼다. 사모펀드 MBK가 보유한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 신청 직전까지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알려지며 MBK의 경영 실패 ‘흑역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이너스의 손’ MBK, 경영 능력 ‘물음표’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7조 2000억 원에 인수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수 당시 차입금은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홈플러스는 MBK로 넘어가기 전인 2014년 2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602억 원, 19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사이 알짜 점포와 부동산을 줄줄이 매각했다. 2022년 이후 부산에서만 홈플러스 4개 지점이 문을 닫았고, 최근 부울경 21개 점포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특히 대출로 기업을 인수 후 기업 체질 개선보다 차입금 상환에 몰두하는 경영 방식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영화엔지니어링은 현재 홈플러스와 닮은 꼴이다. 2009년 MBK는 철강구조물 전문업체 영화엔지니어링 인수 후 기술력 강화 등 중장기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단기 실적에 치중했다. 그 결과, 2008년 2600억 원에 달하던 매출이 2015년 838억 원으로 급감하고 348억 원의 당기순손실까지 기록했다.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한 끝에 2017년 매각됐다.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도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MBK를 질타하며 김병주 MBK 회장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홈플러스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 증인으로 김병주 회장 등을 채택했다.


■MBK, 고려아연 군침에 ‘제2 홈플러스’ 우려

연이은 경영 실패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MBK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차지할 경우 국가 기간산업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법원이 영풍에 제기한 임시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과 관련해 집중투표제를 제외한 다른 안건들에 대해선 효력을 정지했다. 지분 40.97%를 가진 영풍·MBK 연합은 35%가량을 보유한 최윤범 회장 측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부산일보DB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부산일보DB

일단 집중투표제 덕분에 3월 말 예상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영풍·MBK 측은 이후 임시주총을 계속 요구해 이사회 장악에 나선다는 전략이어서 장악도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MBK는 지난해 9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그 이후 두 차례 장내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7.82%를 취득했다. 이를 위해 약 1조 5000억 원을 지출했다. 이 중 70%가 넘는 약 1조 1100억 원이 NH투자증권에서 빌린 차입금이다. 향후 MBK가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하면 차입금은 수조 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MBK의 자금 부담이 커질수록 고려아연 배당금과 계열사 매각, 핵심기술 판매·공유 등을 통한 자금 확보 시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이 흔들리면 부울경 지역의 충격파도 커진다. 고려아연의 주력사업장인 울산 온산제련소에는 3000여 명의 노동자와 100여 개의 협력업체가 몰려있다. 업계에서는 MBK가 신규 기업 인수에 나서 혼란을 키우기보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 등 ‘자기 앞가림’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는 신규 투자보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며 “대규모 차입을 동원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방식에 여론이 부정적인 만큼 우선순위를 잘 살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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