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2025-08-06 18:16:29
세계 경제 질서 판도를 바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7일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1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게 된 한국도 본격적인 영향권에 접어들게 됐다.
관세협상 타결로 예고된 것보다 관세율을 낮췄고, 경쟁 상대국인 일본·유럽연합(EU)과 유사한 조건을 확보해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걷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9%로 높은 상황에서 상호 관세가 한국 경제에 여전히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별도로 적용되는 품목 관세 부담도 있어 기업들은 고관세가 본격화한 '뉴 노멀'에 맞춘 대응 방향을 찾는 데 부심 중이다.
6일 통상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는 대(對)한국 상호관세 15%는 한국 시간으로 7일부터 새로 적용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상호 관세 정책을 우선 시작했다가 각국과 협상을 추진하면서 집행 시기를 8월로 미룬 바 있다.
그러나 당시부터 모든 나라에 이미 10%의 관세를 '기본관세'라는 이름으로 부과했다. 따라서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 상품에 붙는 상호관세는 현행 10%에서 5%포인트(P)가 오른 15%가 된다.
상호 관세 적용 품목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 중이거나 추진되는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반도체, 의약품 등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이다. 이차전지나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화장품, 라면 등 K-소비재가 대표적으로 해당한다.
최대 대미 수출품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상품의 경우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조사를 진행 중이라 향후 조치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해서 전처럼 관세를 물지 않고 수출한다.
한국의 양대 수출품인 자동차의 경우 한미 협상을 통해 현행 25%에서 15%로 품목별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일본·EU와 같은 조건이다. 다만, 자동차 관세 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행정명령을 발표해야 해 당분간 현행 25% 관세가 계속 부과된다.
현행 50%의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도 상호 관세와 별개로 유지된다. 정부는 대미 협상에서 조선 등 분야에 쓰이는 특수 철강이라도 일부 관세 면제를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관철되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를 포함해 의약품 등 품목 관세를 조만간 도입하겠다고 예고해 상호 관세 부과 이후에도 대미 수출 불확실성은 여전히 완전히 걷히지 못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주력 시장인 미국의 관세 정책이 초래할 피해 최소화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대미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매우 다행스럽지만, 관세 인상으로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확보한 일본·EU 대비 유지해온 2.5%의 관세 우위를 잃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주력인 미국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2분기(4~6월) 미국 관세로 인해 영업이익이 1조 6142억 원 감소했다. 작년 동기 대비 현대차는 15.8%, 기아는 24.1% 줄었다.
완성차 업계는 우선 정부에 인하된 관세율 15%가 최대한 빨리 발효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전자·배터리 업계도 상호 관세 발효를 앞두고 긴장하면서 생산지 추가 조정 등 대응에 나섰다. 특히 베트남(20%) 등 한국보다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지역에 생산거점을 둔 국내 가전업체들은 미국이나 관세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지역으로 생산지를 이전할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 사정도 비슷하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미국 내 가장 많은 공장을 가진 LG에너지솔루션은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삼성SDI도 미국 내 라인을 활용해 연내 현지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업황 부진 속에서 50%의 고관세를 계속 부과받는 철강 업계는 충격 속에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일본제철이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를 통해 '미국산 철강'을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할 장치를 마련했다. 한국도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루이지애나주에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지만, 가동은 2029년 이후로 예상돼 일본보다도 5년가량 뒤처진다.
한편, 상호 관세 본격 부과를 앞두고 코트라(KOTRA)가 가동 중인 '관세 대응 119' 상담 서비스에도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 상담 건수는 7월까지 하루 30∼50건 수준이었지만, 상호 관세 부과가 임박한 8월 들어서는 하루 1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