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2025-10-20 17:47:01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는 37.7%, 여자는 34.8%다. 3명 중에 1명꼴로 암에 걸린다. 국립암센터는 “우리나라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72.9%로 높으며 특히 위암과 대장암은 높은 수검률에 힘입어 OECD 주요 비교국가 중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암 조기발견과 완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건강 검진인 셈이다.
갑상선과 당뇨병 질환 파트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샘병원 이성근 병원장과 〈건강검진〉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샘병원은 지난 2022년 말 종합검진센터 제2센터를 오픈해 스마트 검진시스템과 여성 검진환자 전용 존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에 위치한 전통차실 ‘비비비당’에서 이성근 병원장을 만났다. 한국 차문화의 고급화와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비비비당은 문체부로부터 2025 관광벤처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건강검진 계획을 너무 촘촘하게 짜면 과잉검사가 되고, 너무 느슨하게 짜면 이상징후를 걸러낼 수 없게 된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건강 검진의 적정선은 없다. 건강 검진은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이므로 국가검진을 기본으로 개인의 병력, 가족력,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하여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과잉도 아니고 느슨하지도 않는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해선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검진이 필요하다. 이 사람에겐 필요하지만 저 사람에겐 굳이 필요없는 검사가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검진 항목을 정하기 전에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위암, 대장암의 검진 주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위암의 경우 건강한 일반인은 2년에 한 번 위내시경을 하면 되지만 장상피화생이나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1년 또는 6개월에 한 번 꼴로 더 짧은 주기로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대장내시경은 용종이 없는 경우는 5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하면 되고, 용종이 발견되면 2~3년 간격으로 내시경을 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검진을 하더라도 병을 놓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렇다. 건강검진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 대상의 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은 조기암 발견에 이득이 크고 간암과 폐암은 고위험군에서 조기암 발견에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수검자들이 제일 걱정하는 췌장암의 경우 조기 발견을 위해 입증된 검사법이 아직은 없다.”
-수면내시경과 비수면내시경 중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내시경을 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심해 한번 하고 나면 절대 안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수면내시경이 나오고 환자들이 굉장히 접근하기 편해졌다. 수면내시경은 환자의 불안, 통증을 감소시키고 검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약제로 인한 호흡억제, 심혈관계 부작용, 회복까지의 시간의 소요되는 단점도 있다. 내시경을 넣을 때 헛구역질하는 구역반사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지만, 개인 차이가 크다. 환자의 나이, 동반질환, 이전 검사 시 순응도 등을 고려하여 수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나이가 많다고, 심폐혈관 질환이 있다고 수면내시경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장내시경 검사 전날에 장을 비우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쉽게 받을 방법이 없나.
“장정결제 복용은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정말 힘든 과정이다. 좀 더 쉽게 장을 비우려면 비교적 복약 순응도가 높은 알약 제제, 용량이 적은 물약 제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기존의 고용량 시약이 가장 안전하므로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알갱이가 없는 오렌지주스를 타서 마시면 새콤달달하기 때문에 먹기에 편하다. 포도주스를 타면 색깔이 까매져서 내시경을 할 때 시야를 가릴 수 있다.”
-같은 검진기관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유리하다고 하는데.
“한 곳에서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많다. 이전 검사 결과가 누적돼 병변의 변화를 관찰하기 쉽다. 검진기관을 변경했을 때, 이전 검사와의 비교를 위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했던 검사를 중복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검사 결과지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검사지에는 아주 중요한 검진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어 검사지 보는 법이 검진만큼이나 중요하다. 병원을 찾아 다시 체크해야 할 내용을 ‘권고사항’으로 적어놓는데 그 중요성을 모르고 대충 넘기는 경우가 아주 많다. 수검자가 검사 결과지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설명을 듣기 위해 굳이 내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결과지 해석에 어려움이 있다면, 내원해서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 보길 권한다.”
-검진 과정에서 방사선 피폭이 불가피한데 굳이 검사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이 있다면.
“개인적인 의견은 심초음파, 복부 CT, 뇌 CT, 근골격계 CT, MRI 등은 검진으로 권하지 않는다. 해당 검사들은 증상과 연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며, 무증상 환자에서 암 검진으로 이득이 거의 없다. 특히 PET-CT는 방사선 피폭량이 아주 크기 때문에 암 환자가 전이 여부를 확인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신중을 기해야 한다. CT와 PET-CT의 과잉진료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놓치지 말고 꼭 받아야 하는 검진 항목은.
“국가암 검진은 꼭 받아야 하고 50대 이상이라면 대장내시경, 복부초음파는 꼭 받기를 권한다.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전립선암에 대한 PSA 검사를, 여성은 자궁경부 검사와 유방 검사를 정기적으로 꼭 받기를 추천한다.” 글·사진=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