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2025-10-22 07:00:00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25% 관세로 고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관세 장벽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주요 시장을 돌며 첫 해외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면서 시장별로 다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의 인베스터 데이를 시작으로 같은 달 중국 상하이, 이달 15일엔 인도 뭄바이에서 잇따라 행사를 가졌다.
인베스터 데이는 일종의 경영 전략 내지 투자 유치 설명회로, 현대차가 2019년 처음 도입한 이후 해외에서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지역별 성장 거점을 확보해 미국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보조금 대신 자체 할인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주력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5 스탠더드 레인지(SE) 트림’ 가격을 기존 4만 2600달러(약 6080만 원)에서 3만 5000달러(약 5000만 원)로 1000만 원가량 낮췄다.
또한 모든 트림에 레벨 1·2(완속·고속) 겸용 듀얼 앰페어지 충전기를 기본 적용하고, 신규 색상 세이지 실버 매트를 추가하는 등 상품성도 강화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현대차·기아는 지난 8~9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올렸다. 전동화 모델뿐만 아니라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도 늘며 3분기 전체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격 조정과 상품성 강화 전략이 보조금 효과가 사라진 후에도 현대차·기아의 판매 증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유럽에서 전기차와 전략형 모델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오스트리아 승용 시장에서 작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1966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7.6%로 판매 브랜드 순위 3위에 올랐다.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투싼’은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의 친환경성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형 전기차 ‘아이오닉 9’은 독일 자동차 전문 기자단으로 구성된 지코티(GCOTY)가 발표하는 ‘2026 독일 올해의 차’에서 ‘올해의 프리미엄 자동차’에 올랐다.
무뇨스 사장은 인도 인베스터 데이에 “인도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15% 이상으로 높이고, 매출 110억 달러(약 15조 6000억 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세계 인구 1위이자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다. 이날 현대차는 2030년까지 총 4500억 루피(약 7조 2700억 원)를 인도 시장에 투입, 인도를 2030년까지 세계 2위 판매국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글로벌 시장 차별화 전략 등으로 올 들어 9월까지 해외시장에서 현대차는 257만여 대, 기아는 195만여 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2.1% 증가한 수치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자동차 시장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관세 비용이 연간 8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미국시장에서 주요 경쟁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기반으로 가격 인하 전략을 펼칠 경우 미국 내 경쟁 구도가 변동될 위험이 상존한다”면서 “올해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우려로 자동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었으나 향후 이러한 경향이 줄어들면 전체 판매 실적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력 모델들의 판매 호조로 전년 대비 글로벌 판매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뛰어난 상품성을 지닌 신차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