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마늘 올해 첫 경매날…농민들은 ‘한숨’

4일 새남해농협 초매식 열고 본격 출하
1등급 기준 1kg 당 7000원 이상 책정
출하량·1등급 비중 감소에 농민 ‘시름’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2024-06-04 16:06:45

4일 오전 경남 남해군 새남해농협 공판장에서 2024년산 마늘 초매식이 열렸다. 김현우 기자 4일 오전 경남 남해군 새남해농협 공판장에서 2024년산 마늘 초매식이 열렸다. 김현우 기자

전국적으로 벌마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마늘 주산지인 경남 남해군에서 올해 첫 마늘 경매가 이뤄졌다. 전체 경매 물량은 물론, 1등급 마늘 출하량도 대폭 줄면서 농민들 사이에선 한숨이 새어나왔다.

4일 남해군과 새남해농협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새남해농협 공판장에서 초매식과 함께 2024년산 마늘이 본격적으로 출하를 시작했다. 군과 농협 관계자, 마늘 재배 농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높은 가격과 풍년을 바라는 기원제와 첫 경매가 펼쳐졌다.

첫 경매 가격은 1kg 당 1등급 7068원, 2등급 5075원, 3등급 3588원 선이 책정됐다. 초매식 당일 1등급 기준으로 보면 최근 5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지난 2020년 2562원, 2021년 4985원, 2022년 7825원, 2023년 5646원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좋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출하 물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지역 마늘 재배 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올해는 마늘 생육기간에 악천후까지 겹치면서 생산량이 더 큰 폭으로 줄었다. 가격이 폭락했던 2020년의 경우 초매식 당일에 풀린 물량은 249t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89t이 거래됐다. 그런데 올해는 50t 안팎에 그쳤다.

첫 경매에서 1등급 마늘 가격은 1kg 당 7068원에 책정됐다. 가격은 높게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1등급 비율이 너무 낮아 농민들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김현우 기자 첫 경매에서 1등급 마늘 가격은 1kg 당 7068원에 책정됐다. 가격은 높게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1등급 비율이 너무 낮아 농민들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김현우 기자

올해 전체 물량도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2022년 새남해농협 전체 경매물량은 5407t, 지난해에는 5635t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4600t 정도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해군 관계자는 “올해 기후조건이 워낙 좋지 않아 마늘 생산량이 평년 대비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재배 면적이 지난해보다 50ha 정도 줄었는데 이와 별개로 생산량도 떨어져 우려가 크다. 군에서도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1등급 마늘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마늘 등급 기준은 1등급의 경우 구의 크기가 5cm, 2등급 4.5cm, 3등급 3.5cm로 구분된다. 평균적으로 남해지역 마늘농가의 1등급 마늘 출하 비율은 55~60%에 달한다. 실제 지난해 새남해농협 1등급 마늘 계약 비율도 55%를 기록했다. 초매식 당일에는 1등급이 20% 정도 거래되는데, 올해는 11.48%에 불과했다. 여기에 2등급과 3등급도 각각 10.73%, 25.97%에 그쳤고, 4등급 이하가 51. 82%로 절반을 넘겼다.

새남해농협 관계자는 “작년에는 수확시기 비가 많이 와서 아쉬움이 컸는데, 올해는 생육시기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마늘 구가 많이 자라지 않았다. 작년에는 초매식 당일 1~3등급이 70% 정도였는데 올해는 절반도 넘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매장에 나온 벌마늘 모습. kg 당 2000원 대 초반 가격이 책정되면서 그나마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김현우 기자 경매장에 나온 벌마늘 모습. kg 당 2000원 대 초반 가격이 책정되면서 그나마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줬다. 김현우 기자

그나마 다행인 점은 벌마늘 가격이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는 점이다.

올해 남해지역 마늘 재배 면적은 440ha로 전체 벌마늘 피해 면적은 절반이 넘는 222ha로 집계됐다. 벌마늘 출하량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른 주산지와는 달리 남해에서는 벌마늘 경매가 진행된다. 새남해농협에서 깐마늘 공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데, 첫날 벌마늘은 1kg 당 2200원 선에 거래됐다. 농민들은 불행 중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한진균 사단법인 전국마늘생산자협회 남해군지회 지회장은 “경매가격이 높다고는 하지만 1등급 마늘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본인 인건비를 포함하면 사실상 올해는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 그나마 새남해농협에서 벌마늘 경매를 진행해서 다행이지만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마늘 수확을 앞두고 한 농민이 마늘 밭을 둘러보고 있다. 올해 벌마늘 피해가 워낙 큰 데다 마늘 구의 크기가 작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 상태다. 김현우 기자 마늘 수확을 앞두고 한 농민이 마늘 밭을 둘러보고 있다. 올해 벌마늘 피해가 워낙 큰 데다 마늘 구의 크기가 작아 농민들의 시름이 깊은 상태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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