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김은 고공행진인데…과잉생산에 안팔리는 물김은 1200t 폐기

풍작에 신규면허 확대로 1월 물김 생산 25%↑
마른김 비싼데 물김 위판가는 45% 급락
해수부 장관 수요공급·가격 전망 엇나가
"불법양식 늘었으나 단속 부족" 지적도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1-19 10:16:35

김 양식장 전경. 해수부 제공 김 양식장 전경. 해수부 제공

마른김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원료인 물김은 올해 생산량이 25%나 늘면서 생산·공급과잉으로 전남에서만 1200t(톤) 넘게 바다에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김 수출 수요가 늘어 공급이 부족해지자 해양수산부가 신규 양식을 확대해 2025년산 김 생산 면적이 증가한 이후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넘쳐나는 물김이 문제로 떠올랐다.

19일 수협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김 최대 산지인 전남에서 일부 지역은 경매에서 유찰돼 폐기되는 물김이 위판량의 10%에 가깝다. 과잉 생산된 물김이 버려지는 지역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위판액 1위를 기록한 진도군수협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폐기량이 1010t으로 위판량(1만 2564t)의 8%에 이른다.

진도군수협 관계자는 "가공공장은 적은데 물김 생산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보니 폐기하는 물김이 나온다. 물김은 생물이라 놔둘 수도 없고 그날그날 없애야 한다"면서 "진도에서만 하루에 배 다섯 척 정도는 바다에 버린다"고 말했다. 전남 진도 뿐만 아니라 고흥에서는 49t, 해남에서는 167t이 폐기됐다. 고흥군에서는 홀짝제로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진도수협을 시작으로 2025년산 햇김 생산이 본격 개시됐다. 해수부 제공 지난해 10월 30일 진도수협을 시작으로 2025년산 햇김 생산이 본격 개시됐다. 해수부 제공

전국 수협의 물김 위판 중량은 지난 1∼15일 보름간 7만 9336t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지만, kg당 위판 금액은 874원으로 작년 동기(1604원) 대비 45%나 하락했다. 전체 위판 금액은 69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00억 원 넘게 줄었다. 특히, 지난 11∼15일만 놓고 보면 kg당 위판 금액은 635원에 불과하다.

참김(일반김)이 본격적으로 출하된 지난달에도 물김 생산량이 작년 동기 대비 많았지만, 이달 들어 생산과잉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김 양식 어민들은 물김 가격 하락에 생산비도 못 건질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신안군에서 8년째 김을 양식하는 한 어민은 "작년에는 1월에 물김이 귀해 한 망에 20만 원대까지 갔는데 올해는 4만∼5만 원밖에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마른김 소매가격은 여전히 작년의 1.5배 수준으로 높아 햇김이 생산되기 시작하는 지난해 10월부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강도형 해수부 장관의 전망이 엇나간 상황이다. 하지만 마른김의 원료인 물김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놓고 양식 어민들은 가공업체가 지나친 이윤을 남기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 마른김이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 마른김이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5년산 김 생산량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는 작황이 꼽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시설량이 증가했으며 수온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작황이 양호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단위 시설당(1책당)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27% 늘었다.

양식 어민들은 해수부가 지난해 '김값이 금값'이라는 지적에 밥상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양식 면적을 늘린 것도 생산 과잉의 이유라고 지적한다. 해수부는 축구장 3800개에 해당하는 신규 양식장 2700ha(헥타르·1ha는 1만㎡)를 허가했다.

해수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김 양식면적 확대, 양식에 적합한 수온 지속 등으로 2025년산 물김 생산량(작년 10월~올해 1월 2주)은 전년 동기비 14.4% 증가했고, 물김 생산량이 증가하며 산지가격은 2~3년전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물김은 생물 특성상 시기별·품질별로 가격 등락이 있으며, 일부 산지에서 일시적으로 폐기가 발생할 수 있다. 2025년산 물김이 마른김으로 가공되어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며 마른김 도매가격·소비자가격은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1월 기준 물김 산지가격은(kg당) 2022년 871원에서 2023년 1159원, 2024년 1604원까지 올랐다가 올해들어서는 1월 첫째 주 1065원, 1월 둘째 주 922원까지 하락했다. KMI에 따르면 100장 당 마른김 도매가격은 작년 12월 넷째 주 1만 1166원에서 올해 1월 첫째 주 9667원, 1월 둘째 주 9250원으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장 당 마른김 소비자가격도 지난 10일 1562원, 13일 1513원, 17일 1436원으로 하락세다.

해수부는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김 산업 협의체'를 운영하며 산지 수급상황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불법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계약생산 도입 등 수급안정과 김 산업 경쟁력 강화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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