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 부작용 줄이려면 “수술 중 후두신경 체크하면 쉰소리 걱정 없어”

목 흉터보다 음성 변화가 더 걱정
가수 목소리 때문에 은퇴하기도
좋은강안병원 이병주 센터장 개발
수술기구에 탈부착 가능 신경 탐침
목소리 변화·성대마비 최소화
수술 전 후두경 검사 반드시 필요
성대주입술로 목소리 호전 가능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2025-04-14 17:45:32

이병주 센터장의 수술 장면. 좋은강안병원 제공 이병주 센터장의 수술 장면. 좋은강안병원 제공

갑상선암은 흔히 거북이 암이라고 한다. 매우 천천히 자라고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이 100.1%라는 발표가 있을 정도다. 그래서 종양 크기가 1cm 이하 갑상선유두암의 경우는 수술없이 적극적인 관찰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암의 위치가 신경이나 림프절 주변에 있거나 사이즈가 클 때는 바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수술을 하게 된다면 한 쪽 갑상선만 제거하는 반절제와 양 쪽 모두 절제하는 전절제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같은 병기의 환자라도 의사의 경험과 선호도, 환자의 요구에 따라 반절제냐 전절제냐가 달라질 수 있다. 목 피부 절개를 통한 전통적인 수술법과 목에 흉터가 없는 로봇 수술 등 수술 방법도 다양하다.

■흉터보다 목소리 변화에 더 관심

환자 입장에선 수술 방법도 중요하지만 갑상선 수술 후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불편감과 합병증에 관심이 더 많다. 갑상선약(혹은 칼슘제) 복용 여부, 목의 흉터, 목소리 변화 등이 그것이다.

갑상선암 환자들은 수술 후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까. 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환자들은 목의 흉터보다는 수술 후 목소리 변화라는 답이 더 많았다. 특히 사회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은 목소리 변화를 더 소중하게 여겼다. 경력이나 생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흉터도 미용적인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이지만 가릴 수가 있어서 우선 순위가 조금 낮았다.

갑상선 수술 후의 목소리 변화는 갑상선 주위에 있는 신경 손상에 의해서 오기도 하지만 신경 손상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따금 몇몇 가수가 갑상선 수술 후 신경 손상으로 더는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됐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후두 신경 손상을 극복해 재기에 성공한 가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신이 내린 목소리로 전세계 오페라 무대를 휩쓴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소프라노 아메리타 갈리 쿠르치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못했다. 갑상선 수술 후 고음이 나오지 않아서였다.

이러한 신경 손상을 피하기 위해 갑상선암을 완벽하게 절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암 수술에서 신경 손상 후 음성 변화는 가수 등 연예인뿐만 아니라 음성을 많이 사용하는 직장인에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암 수술 시 신경 손상을 줄이기 위해 수술 중 신경을 확인하는 기구가 오래전부터 임상에서 사용돼 왔다. 갑상선 수술 중에 신경감시술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 기구는 수술기구와 분리돼 있어 실제 조직 박리 중에는 신경 확인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술기구에 탈부착이 가능한 신경 탐침이 개발됐다. 최근 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있다가 명예 퇴직 후 좋은강안병원 갑상선두경부센터로 자리를 옮긴 이병주 센터장은 신경 탐침과 관련된 4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이병주 센터장이 개발한 신경 탐침을 이용하면 수술 중 후두 신경을 실시간 확인이 가능해 빠르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수술을 하다가 기구가 신경 근처에 가면 소리를 내기 때문에 신경 손상없이 안전하게 수술할 수가 있다.

지난달 초 개소한 좋은강안병원 갑상선두경부센터 소속 직원들. 앞줄 왼쪽부터 홍종철 과장, 이병주 센터장, 김동욱 과장. 좋은강안병원 제공 지난달 초 개소한 좋은강안병원 갑상선두경부센터 소속 직원들. 앞줄 왼쪽부터 홍종철 과장, 이병주 센터장, 김동욱 과장. 좋은강안병원 제공

■갑상선암 수술 전 후두경 검사는 필수

최근 한 40대 중반 여성인 초기 갑상선암 환자는 수술 전 작은 관을 후두에 삽입해 렌즈를 통해 후두 상태를 관찰하는 후두경 검사에서 예상치 못한 성대 마비가 발견됐다. 갑상선암에 의한 성대 마비가 아니라 환자도 인지하지 못한 원인 미상의 것이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성대 마비가 있어도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는 30% 정도다. 성대 마비 환자의 경우 반대쪽 수술 중 성대 손상이 발생되면 평생 기관절개술을 한 채 살아가야 한다. 갑상선 수술 전에는 후두의 병변을 확인할 수 있는 후두경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를 반드시 내원해야 한다.

갑상선 수술 후 발생하는 목소리 변화는 신경 손상 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갑상선을 싸고 있는 여러 근육이 섬유화하면서 기관이나 후두에 유착되는 것이다. 이럴 땐 수술 전과 후에 각각 음성 검사와 음성 재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술 전 시행한 음성 검사는 환자의 기본적인 음성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변화의 정도를 평가하는데 중요하다. 음성 재활은 갑상선을 싸고 있는 여러 근육을 풀어주고 유착을 줄이기 위한 목 운동요법과 후두 마사지를 기본으로 하는 치료이다. 이러한 음성 검사와 재활 운동은 적절한 시설과 함께 자격증이 요구되는 언어치료사가 담당한다.

갑상선 수술 후 발생하는 음성 변화를 최소화 하기 위해선 수술 중에는 물론이고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하다. 성대 마비가 발생하더라도 이비인후과에서 목소리를 호전시키는 다양한 물질을 이용한 성대주입술을 시행해 목소리를 호전시킬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음성 보전과 재활에 진심인 갑상선암 수술 의사가 있다면 목소리 때문에 수술을 더 이상 미루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개소한 좋은강안병원 갑상선두경부센터에는 홍종철 이비인후과 과장과 김동욱 영상의학과 과장이 최근 합류했다. 동아대병원 교수 출신의 홍 과장은 두경부외과 분야에서 풍부한 임상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갑상선암을 비롯해 후두암, 구강암, 침샘암 등의 분야에서 수준높은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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