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 2025-04-15 09:43:19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세계 미술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8일 발간된 아트페어 프랜차이즈인 아트바젤과 UBS가 펴낸 ‘글로벌 아트마켓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총거래액은 575억 달러(약 81조 4800억 원)로, 2022년(678억 달러)과 2023년(650억 달러)보다 약 12% 감소했지만, 거래 작품 수량은 3%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시장이 매출액 기준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하며 세계 미술시장 1위를 지켰다. 그다음으로는 영국 시장이 18%를 점해 2022년에 이어 2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다시 2위에 올랐다. 3위인 중국 시장(홍콩 포함)의 비중은 2023년보다 4%포인트 감소한 15%였다. 중국의 부진은 경제 성장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경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다른 아시아 시장은 국가별로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일본 시장 매출이 2% 증가했지만, 한국 매출은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심리적으로는 40% 감소한 것 같으나 실제 미술시장은 전년도 대비 15% 축소됐다. 전체 미술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비중은 각각 1%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는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이 세계 최대 미술품 거래 허브인 미국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이후 관세전쟁으로 인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기존의 큰 손 컬렉터 태도와 그들과 미술시장 관계에 따라 미술시장이 좌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프랑스, 영국, 독일은 미국 미술품 수입의 56%, 수출의 41%를 차지했다. 미국의 중국 미술품과 골동품 수입은 전체의 1%에 불과해 여전히 미미하지만, 중국은 미국 미술품의 4번째 수입국으로 미국 미술품 수출의 13%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보고서가 밝힌 주요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은 전반적으로 성장 정체와 재편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2021~22년의 급반등 뒤로 상위 고가 작품이 두드러진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반면 중저가 작품과 신규 컬렉터 중심으로 꾸준히 거래가 확대되면서 시장의 저변이 강화되는 변화 조짐을 보였다.
온라인 판매의 중요성은 지속했다. 온라인 판매액은 11% 감소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76%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여전히 중요한 판매 채널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랑 자체 웹사이트와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아트페어의 중요성도 유지로 나타났다. 화랑들은 신규 컬렉터를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채널로 미술품 박람회(아트페어)를 꼽았으며, 아트페어의 판매 비중도 소폭 증가에 비해 경매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미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이달 10일부터 미국 미술품 수입에 34% 수입세를 부과하며 보복했기 때문에 국제 미술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