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2025-02-04 16:03:39
항공기 사고에서 항공사의 보상 책임을 규정하는 상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승객 보상 기준이 국제 협약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협약은 2019년 개정돼 보상한도액이 상향조정됐지만 우리 상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4일 “여야의 무한정쟁 탓에 항공 승객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에 따르면 항공사고나 항공사의 귀책 등으로 인한 항공운송인의 책임한도액은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에 따라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이 정해진다.
이 몬트리올 협약은 2019년 12월 28일 개정돼 책임한도액이 증액됐다. 몬트리올협약에서는 항공사 책임한도액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단위로 표시되며 IMF에 따르면 2월 3일 기준 1SDR은 한화로 1885원이다. 몬트리올협약 개정으로 화물 손해의 경우 기존 1㎏당 17SDR(3만 2045원)에서 22SDR(4만 1470원)으로 늘었다. 수화물 분실·손상은 1인당 최대 1000SDR(188만 5000원)에서 1288SDR(242만 7880원)으로 늘었다. 승객 사망·부상에 대해선 한도액이 1인당 10만SDR(1 억 8850만 원)에서 12만 8821SDR(2억 4282만 7585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처럼 국제 기준이 상향 조정됐지만 우리 상법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상법상 항공운송인의 책임 한도액은 운송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 시 1kg당 19SDR, 수하물의 멸실·훼손 또는 연착 시 여객 1명당 1131SDR, 여객의 사망 또는 부상 시 1인 당 11만 3100SDR로 규정돼 있다.
곽 의원은 지난 8월 항공사 책임 한도액을 2019년 몬트리올협약 개정에 맞춰 상향 조정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법안은 아직 처리되지 못한 상태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에 상임위에 회부된 채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곽 의원은 이와 관련 “국제운송 과정에서 여객의 사고나 항공 연착, 수하물의 멸실 등으로 인한 사고 시 항공운송인의 책임한도액을 국제협약에 따르도록 해 소비자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라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 지난 아직도 해당 법안이 통과가 되질 않아 국제기준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도록 한다는 것은 정치권이 깊이 반성해야 될 대목”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입법 지연’에도 불구하고 에어부산 등 국내 항공사들이 사고 보상 기준을 개정된 몬트리올협약에 맞춰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김해공항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등으로 ‘신뢰의 위기’를 맞은 항공사들이 국제기준을 자발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항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