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규모 100억 원 이상" 부산서 또 전세 피해 사건

경찰, 부동산 법인 전 대표 수사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기 혐의
연제·남부서 고소장 7건 접수
피해액 1인당 1억 3000만 원
전 대표 “전세금 반환 위해 노력”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2025-02-12 20:00:00

전세 피해가 발생한 부산 연제구의 한 오피스텔. 전세 피해가 발생한 부산 연제구의 한 오피스텔.

부산의 한 부동산 법인과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법인 전 대표는 신협에서 일어난 대환대출 사고로 피해를 입어 세입자들에게 돌려줄 전세금을 잃었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애꿎은 청년들만 피해를 떠안게 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부동산 매매·임대 법인 전 대표 30대 남성 A 씨를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연제서엔 A 씨에 대한 고소장 3건이 접수됐으며, 부산 남부경찰서에도 A 씨에 대한 고소장 4건이 접수돼 수사 중이다. 피해액은 1인당 1억 3000만 원가량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A 씨는 세입자들과 전세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자신을 부동산 법인의 대표이사로 소개했고, 중개인은 해당 건물이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매물이라고 이야기했다. 세입자들은 이를 믿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나, A 씨는 계약 체결 당시 부동산 법인의 대표이사도 아니었고, 이후 보증보험에 가입하지도 않았다는 게 고소장 내용이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지난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자 A 씨는 “나도 돈이 묶여 있어 돈을 주지 못한다”며 “10월에 소송으로 받을 돈이 있으니 곧 지급하겠다. 만일 지금 지급하지 못하면 다음 달 보증보험 가입이 돼 있는 다른 건물로 이사를 시켜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세입자는 아직 돈을 돌려받거나 이사를 가지 못했다.

A 씨는 부산 전역에 자신과 가족, 지인 등 명의로 다수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수영구 7채, 부산진구 3채, 연제구 1채, 해운대구 1채 등 총 12채가 A 씨와 관련된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라 구체적인 피해자와 피해액을 파악하는 중”이라면서도 “건물 전체가 법인 소유가 맞다면 피해액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밝힌 피해액은 최소 100억 원 이상이다.

A 씨는 처음부터 세입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을 생각은 없었으며, 부산의 B신협에서 일어난 대환대출 사고로 피해를 입어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A 씨는 “금융기관의 어이 없는 실수로 건물을 압류 당하고 부도 위기에 몰렸다”며 “계약 당시는 전세금을 돌려줄 자금이 충분했으나 대출 사고로 사업이 어려워졌다. 현재는 하루 빨리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동래경찰서는 A 씨의 대환대출 사고와 관련해 B 신협 관계자를 배임 혐의로 수사했으나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배임 혐의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신임 관계를 저버리고 손해를 입히고 재산상의 이익을 취해야 한다. 경찰은 수사를 진행한 결과, 해당 사건이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해 사건을 송치하지 않았다. 형사적 처벌이 불가능해진 만큼 A 씨와 B신협은 민사소송을 통해 잘잘못을 가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청년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받아야 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김 모(27) 씨는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모은 돈이 전부 전세금에 묶여 있다. 월세를 얻으려고 해도 보증금 1000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여유가 없다”며 “현재는 개인회생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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