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덕분에’… 경북 산불 149시간 만에 진화

경북 5개 시·군 산불 주불 진화 발표
전날 비가 내리며 진화 속도에 탄력
산불 축구장 6만 3200개 면적 태워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2025-03-28 17:31:42

임상섭 산림청장이 28일 오후 경북 의성군 산림청 상황실 앞에서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상섭 산림청장이 28일 오후 경북 의성군 산림청 상황실 앞에서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을 휩쓴 괴물 산불이 발화 149시간 만에 꺼졌다. 불이 난지 일주일 만에 내린 단비가 산불 확산 속도를 늦추는 새 산림 당국이 진화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 가까스로 주불을 진화했다.

산림청은 2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경북 산불을 모두 진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께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두 곳 야산에서 산불이 시작, 경북 5개 시·군으로 확산한 지 149시간 만에 불을 모두 진화한 것이다.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28일 오후 영덕, 영양군을 시작으로 피해 5개 시·군의 산불 주불이 잇따라 진화됐다.

역대 최악이라 불리는 이번 산불은 고온, 건조한 환경 속에서 초속 27m 강풍을 타고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8.2km 속도로 확산했다. 안동·청송·영양 등 내륙뿐만 아니라 최초 발화지에서 80km 떨어진 동해안 영덕까지 산불이 퍼져나갔다.

산림 당국은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해 매일 진화 헬기와 인력, 장비 등을 대거 동원해 주불을 진화하고자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강풍과 극도로 건조한 날씨 등이 맞물려 형성된 불리한 진화 여건 속에 대부분 지역에서 불을 끄는 작업은 더디게 이뤄졌다. 지난 26일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진화 작업 중이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박현우(73)기장이 순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런 까닭에 27일 오후 5시 기준 진화율은 63%에 머물렀다.

그러나 27일 오후부터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5개 시·군에 1∼3mm가량 비가 내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비가 내리면서 산불 확산 속도가 둔화하고, 연기를 제어해 헬기 운용에도 도움을 줬다. 이에 산림 당국도 산불을 잡을 ‘절호의 기회’라 판단, 28일 일출과 동시에 진화 헬기 88대와 진화인력 5587명, 진화 장비 695대 등을 의성과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 산불 현장 곳곳에 분산 배치해 동시다발적인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이 덕분에 이날 낮 12시 기준 경북 5개 시·군 산불 평균 진화율은 94%까지 치솟았다. 결국 이날 오후 5시 경북 산불을 모두 진화했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산불영향구역은 4만 5157ha로 집계됐다. 축구장 6만 3245개 면적의 국토가 화마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안동, 영덕 등에서 주민 등 24명이 사망했고, 주택 등 시설 2412곳이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이날 오전 기준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한 의성, 안동 등지 주민은 6322명으로 집계됐다.

산림청 임상섭 청장은 “무엇보다도 헬기조종사와 산불진화대원을 비롯해 현장에서 산불진화작업을 수행한 분들의 노력이 있었다”며 “의성에서 진화작업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신 헬기 조종사님과 영덕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님께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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