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서 혈육과 생이별 3살 아이, 50년 만에 부산서 가족 재회

부산 중구 거주 53세 강기훈 씨
혼잡한 기차역서 가족 잃어버려
보육시설서 자란 뒤 핏줄 찾기
숨진 어머니 ‘유전자 일치’ 판정
생일 하루 전 누나와 극적 상봉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2025-04-11 15:07:06

11일 어린 시절 가족을 잃어버린 강기훈 씨가 50년 만에 누나 강경화 씨와 재회했다. 부산중부경찰서 제공. 11일 어린 시절 가족을 잃어버린 강기훈 씨가 50년 만에 누나 강경화 씨와 재회했다. 부산중부경찰서 제공.

어린 시절 서울역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한 남성이 반세기 만에 극적으로 혈육을 되찾아 부산에서 만난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11일 오후 3살 때 가족을 잃어버린 강기훈(53·부산 중구) 씨가 누나 강경화(54·서울 양천구) 씨와 헤어진 지 50년 만에 중부경찰서 앞에서 재회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975년 3월, 3살이었던 기훈 씨는 아버지와 함께 서울역에서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기훈 씨의 어머니는 서울에 먼저 터를 잡아 살고 있었고, 기훈 씨와 기훈 씨의 가족은 이날 서울역에서 만나 앞으로 함께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파로 혼잡하던 서울역에서 기훈 씨는 아버지를 잃어버렸고 그대로 고아가 됐다. 이후 기훈 씨는 부산 서구의 한 보육시설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성년이 될 때까지 지냈다.

성인이 되고 부산에서 직장에 다니며 생활하던 기훈 씨는 올해 2월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싶어 중부경찰서의 문을 두드렸다. 본인의 본명과 생년월일도 모르는 기훈 씨는 경찰의 권유로 유전자를 채취했고, 경찰은 실종 아동을 찾는 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 유전자 검사를 요청해 가족 찾기에 나섰다.

지난달 기훈 씨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기훈 씨와 일치하는 유전자를 찾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바로 기훈 씨의 어머니였다. 기훈 씨의 어머니는 2023년 1월 86세의 나이로 사망했지만, 생전에 딸 경화 씨의 권유로 미리 유전자를 채취해 기관에 등록해뒀다. 경찰은 기훈 씨 어머니의 가족 관계와 연락처 등을 토대로 탐문 수사를 펼쳤고, 마침내 서울에 살고 있는 경화 씨와 연락이 닿았다. 경화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영영 동생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어머니에게 유전자 채취를 권유했다. 경화 씨는 이전부터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팔방으로 수소문했고, 헤어진 가족을 찾는 방송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11일 오후 2시 부산중부경찰서 앞에서 50년 만에 이뤄지는 두 사람의 상봉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경화 씨가 기훈 씨를 만나기 위해 부산에 왔다. 이날은 기훈 씨의 생일 하루 전날이기도 하다. 중부경찰서 심태환 서장은 “앞으로도 유전자 분석을 적극 활용하여 장기 실종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