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4-11 19:21:15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비롯해 명 씨가 과거 운영했던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강혜경 씨의 입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명 씨는 최근 석방됐고, 강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국민의힘 인사들에 대한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6·3 대선 국민의힘 경선 구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창원법원은 구속기소 된 명 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구속 145일 만이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명 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에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명 씨가 6·3 대선을 앞두고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명 씨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과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명 씨가 구치소를 벗어나면서 그의 일방적인 메시지가 국민의힘 경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 씨가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 관련 미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진행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가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홍 시장 역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다. 다만 오 시장과 홍 시장 의혹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과 홍 시장은 그간 이같은 의혹을 극구 부인해 왔다. 오 시장은 최근 대선 출마 이후 관련 질의에 "국민들은 명태균이 아닌 제 말을 더 신뢰할 것"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명 씨의 입에 정치권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강혜경 씨도 연일 의혹을 제기하는 중이다. 강 씨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나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021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같은 강 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즉각 입장문을 내고 “100% 날조된 거짓"이라며 민형사상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 시장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박 시장은 명 씨와 일면식도 없을 뿐 아니라, 전화 통화 한 번 한 적도 없다"며 "명 씨 존재 자체를 명태균 사태가 발생한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선거 전략을 문의한 바도 결코 없으며, 당연히 여론조사 비용 또한 전달한 바가 없음을 확실히 밝힌다"며 "강 씨의 주장은 100% 날조된 거짓말이고, 이는 박 시장을 흠집내기 위한 음모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거듭 반박했다. 박 시장은 이미 지난 1월 강 씨의 언론 인터뷰를 놓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강 씨를 경찰에 고소한 바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선이 당장 코앞이다. 명 씨나 강 씨는 대선 전 사실관계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꾸준히 의혹 제기를 이어갈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치명적인 리스크"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같은 의혹을 기반으로 연일 국민의힘 대권 후보들을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전날 "명태균 국정농단에 후보들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서 얼마나 더 기만을 이어갈 건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