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2025-04-22 17:21:25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계속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연비가 뛰어난 고효율 하이브리드 개발, 첨단 기술 탑재 등으로 판매량도 늘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브리드차(수입차 포함) 판매량은 39만 4613대로 전년 대비 약 28% 증가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하이브리드차 판매 비중은 26.5%를 기록해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올해 1분기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8만 582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4% 급증했다.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중에선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6만 7874대),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5만 5847대)가 각각 판매량 1, 2위를 차지했다. 르노코리아가 지난해 출시한 ‘그랑 콜레오스’는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전체의 90%에 달한다.
이처럼 하이브리드 판매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잇따른 화재 등으로 전기차 이용을 꺼리는 ‘전기차 포비아’가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잡았고,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장점을 갖춘 하이브리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 대비 최대 40% 이상의 연비 개선 효과와 전기차 대비 평균 20% 낮은 가격 경쟁력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앞다퉈 하이브리드 첨단 기술 도입과 자사의 우수한 하이브리드 기술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테크 데이’를 열고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1회 주유 시 10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은 변속기와 엔진 사이에 새롭게 추가된 P1 모터가 엔진의 시동·발전을 담당하면서 메인 벨트, 알터네이터(교류발전기), 에어컨 컴프레서 등을 제거, 동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고효율 사이클 도입 등으로 성능·효율을 향상시켰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의 대형 SUV ‘디 올 뉴 팰리세이드’에 탑재된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는 최고 연비가 L당 14.1km, 시스템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6.9kg·m의 성능을 갖췄다. 동급의 2.5 터보 가솔린 모델 대비 연비는 약 45%, 최고출력은 약 19% 높다.
현대차그룹은 2.5 터보 하이브리드를 팰리세이드에 이어 다른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강동훈 제품권역전략팀 파트장은 “전동화 전환기에 하이브리드가 주축이 되는 파워트레인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다양한 작업의 하이브리드를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준수한 연비는 물론 최고 300마력 중반대의 강력한 출력까지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자사의 첫 하이브리드인 ‘토레스 HEV’를 출시했다. 직병렬 듀얼 모터가 장착된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기존 토레스 가솔린 모델 대비 41% 향상돼 공인 복합연비가 L당 15.7km를 기록했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KG모빌리티도 고객 대상 시승 이벤트를 오는 6월 10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도 지난달 고객 대상으로 하이브리드 연비 경연 이벤트를 실시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 8일 푸조의 준중형 해치백 ‘308’의 스마트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엔진 부하를 줄이기 위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기존 MHEV와 달리 전기모터 단독 주행 기능을 추가해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대세 흐름이 꺾이면서 현재로선 하이브리드가 전기차 전환 과도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화재나 열폭주 방지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을 경우 하이브리드 출시는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