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5-04-22 14:53:25
요즘 한국 콘텐츠에서 인상 깊은 얼굴을 꼽으라면 배우 박해준을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사랑꾼 남편이자 딸바보 아빠를 그려 ‘관식이 열풍’을 불러왔고, 영화 ‘야당’에선 비리에 맞선 형사를 연기해 작품의 맛을 한껏 살렸다. 드라마는 넷플릭스 1위를, 영화는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준은 “여전히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며 “요즘 주목을 많이 받아서 들뜨기도 하고,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박해준은 최근 선보이고 있는 두 작품을 비슷한 시기 촬영했다. ‘폭싹’의 세상 따뜻한 중년의 양관식과 마약판의 옥황상제란 별명을 가진 ‘야당’ 속 형사 오상재는 정반대의 인물. 호흡도 속도도 외형도 다른 두 캐릭터를 박해준은 놀라울 정도로 각자의 매력을 살려 잘 빚어냈다. 박해준은 “‘폭싹’ 촬영 중간에 ‘야당’을 촬영했다”며 “오히려 분위기가 환기돼서 집중하기 좋았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못했던 걸 저기에서 할 때의 쾌감이 있어요. 조연을 할 때 여러 현장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작품에 따라 생활 패턴이 달라지진 않거든요. 오히려 각 작품에 필요한 좋은 것들이 많이 생각나서 좋아요.”
박해준은 자신에게 두 작품 속 캐릭터의 모습이 모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일을 할 땐 (가족들에게) 관식이처럼 해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할 상황이 많다”며 “쉬는 날엔 그래도 최대한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관식이가 현실에는 없는 ‘유니콘’으로 불린 데 대해선 “사실 양관식 같은 분들이 현실에 많다”며 “그분들이 티를 안 낼 뿐”이라고 웃었다.
2000년 연예계에 데뷔한 박해준은 2012년 영화 ‘화차’에서 악랄한 사채업자로 등장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그러다 2020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로 스타덤에 오른 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해준은 긴 무명 시절과 조연으로 일했던 시간이 돌아보면 연기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야당’의 상재는 전작인 ‘독전’에서 제가 연기했던 ‘박선창’ 같은 놈들을 잡는 형사”라며 “아무래도 상대 역을 연기한 경험이 있어서 좀 더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여전히 부산에 오면 정겨운 동네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해운대도 좋고 어디든 좋은데 저는 아무래도 제가 놀던 동네가 좋더라”며 “초량동, 수정동, 부산일보 뒤편으로 해서 산복도로 쪽으로 차를 타고 슬쩍 지나갔다가 온다”고 웃었다. 그는 “영도다리 건너는 자갈치시장 뒤편도 좋아한다”며 “차이나타운에 가서 자장면도 한 그릇 먹는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박해준은 자신을 믿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정지우 감독의 영화 ‘4등’이나 김원석 PD의 드라마 ‘미생’ 등이 내 연기 인생의 변곡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연극할 때부터 너무 감사한 분이 많아요.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가도 제가 열심히 연기하며 잘 살아가는 게 보답이겠지, 싶습니다. 앞으로의 캐릭터 여정이 저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