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2025-04-22 20:30:00
전국에서 폭증한 전세사기 여파로 재정적 위기 상황까지 갔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기획재정부의 2024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를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HUG는 2년 연속 경영 실적 ‘미흡’(D)이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탓에, 올해까지 3년 연속 낮은 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해임까지 가능해진다.
■2년 연속 ‘미흡’(D)에 기관 초긴장
22일 HUG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의 2024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의 실사가 마무리됐고, 오는 6월께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매년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평가단을 구성해 4개월가량 현장 실사와 이의제기, 외부 검증 등을 거쳐 평가를 벌인다.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등을 엄정하게 평가하고 혁신 노력과 재무 성과를 평가에 반영하며, 직무·성과 중심의 보수 체계를 개편하려는 등의 목적이 있다.
앞서 HUG는 당기순손실 확대로 2022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와 2023년 경영 평가에서 잇따라 경영 실적 ‘미흡’(D)이라는 성적을 받아 기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평가 등급은 S, A, B, C, D, E로 6등급으로 나뉘는데, 성과급은 종합 등급 ‘보통’(C) 이상이 돼야 받을 수 있다. 당기순손실이 확대된 기관의 경우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의 성과급이 100% 삭감되기도 하며 ‘미흡’(D) 이하 평가 기관은 다음 연도 경상경비가 0.5~1% 삭감된다. ‘아주 미흡’(E) 또는 2년 연속 ‘미흡’(D) 평가를 받은 기관의 경우 기관장 해임 건의도 할 수 있다. 실제로 HUG는 지난해 2023년 경평 결과에 따라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전세사기 여파에 자본잠식 위기까지
HUG가 재정 위기 상황까지 내몰린 데에는 전세사기 여파가 결정적이다. HUG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순손실만 6조 7883억 원에 달한다. 부채 비율은 2023년 기준 116.9%다.
지난해 HUG의 전세 보증, 분양 보증,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포함한 대위변제액은 6조 940억 원으로 2023년(4조 9229억 원) 대비 23.7% 증가했다. 이 중 전세 보증 가입 세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내준 전세금만 3조 9948억 원에 달한다. 전세 보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HUG가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반환한 뒤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해당 비용을 회수하는 상품이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HUG의 전세자금 대위변제액의 경우 2021년 5041억 원에서 2022년 9241억 원, 2023년 3조 5544억 원, 2024년 3조 9948억 원으로 4년 새 8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난해 HUG는 자본잠식 우려까지 제기됐고, 건전성과 공익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도록 금융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도 개선과 채권 회수 노력으로 그나마 지난해에는 순손실이 2조 519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하면 1조 3000억 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HUG의 채권 회수 금액은 1조 5186억 원으로 전년보다 9530억 원 증가해 순손실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낮은 회수율은 HUG의 재무 건전성과 보증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HUG는 2023년 5월부터 보증 가입을 허용하는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을 100%에서 90%로 하향조정했는데, 이로 인한 제도 개선 효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올해 1~3월에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액이 448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 4532억 원보다 69.1% 감소했다. 사고 건수도 232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6593건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HUG 관계자는 “하반기부터는 전세가율 90% 제도 개선 효과로 사고액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객만족 조사 ‘보통’에도 반색
올해 경평 결과가 결정타일 수 있다 보니 HUG는 최근 기재부 주관 2024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보통’ 등급을 달성한 것만으로도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HUG는 조사 대상 8개 사업 중 6개 부문에서 점수가 향상됐다며 이는 보증 사고 급증 등의 어려운 여건에도 고객 중심 서비스 혁신을 위해 전 임직원이 일치 단결해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홍보했다.
HUG 관계자는 “고객만족 평가가 대위변제를 해드린 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사실상 한 등급 올라가기도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대위변제라는 게 피해가 없도록 전세금 반환을 대신 이행해 주는 일이고, 직원들의 피땀으로 이뤄진 것인데 결과물은 적자로 나타나다 보니 힘이 빠졌는데 모처럼 좋은 소식이 들려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만족도 조사 또한 경영 평가의 주요 지표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