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2025-04-22 20:00:00
부산 기장군 일광신도시에서 입주자를 모집한 임대주택이 3년 전과 비교해 경쟁률이 3배 넘게 오를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전국을 휩쓴 전세사기 공포에 사기 염려 없는 공공 아파트가 대안으로 떠올랐고, 20평대 중반의 넓은 평형 구성, 탄탄한 지역 건설사의 시공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기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22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일광 통합공공임대주택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1134세대 모집에 2937명이 신청해 2.5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전용면적 49㎡ 타입이 10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올들어 부산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들은 대부분 청약 경쟁률이 1 대 1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성적표가 처참했다.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일광 통합공공임대주택에서 이례적인 입주 경쟁률이 나왔다는 평가다.
일광 통합공공임대주택은 부산에서 최초로 공급되는 통합공공임대주택이다. 오는 12월 입주 예정으로 지하 2층~지상 25층, 총 7개 동 규모이며 주택 유형은 39, 49, 59㎡로 구성된다.
이번 사업 예정지와 약 1km 떨어져 사실상 같은 동네라고 볼 수 있는 ‘일광 행복주택 금호 센트럴베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일광 행복주택은 2022년 2월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999세대 모집에 78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0.8 대 1에 그쳤다. 이후 입주자를 찾느라 3차례나 추가 공고를 낼 정도로 도시공사가 애를 먹었다.
일광 행복주택 역시 일광신도시의 민간 대단지 아파트들과 나란히 들어서 있고, 인근에 공원도 잘 조성돼 있어 입지가 우수한 편이다. 동일한 일광신도시 입지에서 경쟁률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인 건 전국을 휩쓸었던 전세사기 여파가 크다. 공공주택은 임대료가 저렴한 데다 도시공사가 운영하기에 전세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일광 통합공공임대주택 역시 주변 시세 대비 35~90% 수준의 합리적인 임대료로 입주할 수 있다. 여러 타입과 입주 조건이 있지만, 전용면적 59㎡ 기준 보증금 4500만 원 정도에 월 임대료는 36만 원가량이 나온다. 조건만 충족하면 최장 30년까지 거주가 가능해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임대주택인 점을 감안하면 평형도 넓은 편이다. 24~25평인 전용면적 59㎡가 508세대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보다 조금 작은 49㎡ 역시 486세대가 있다. 시청 앞 행복주택 1단지의 경우 청년들에게 인기를 모으긴 했지만, 전용면적 26㎡(118세대)와 36㎡(236세대)가 주력을 차지할 정도로 평수가 작다.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중심인 행복주택과 달리 통합공공임대주택은 다자녀가구나 고령자, 수급자,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에게도 우선 공급을 열어두고 있어 입주자 폭이 넓다.
게다가 동남권을 대표하는 지역 건설사인 동원개발이 컨소시엄을 꾸려 해당 아파트를 짓는다는 점도 인기의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현재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올 연말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단지가 일광초등 바로 뒤에 위치해 있어 자녀를 둔 입주자들에게 큰 매력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