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2025-01-19 18:19:32
부산대·동아대·동서대 총장들은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RISE 체계가 그동안 중앙정부만 바라보던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틀을 깨는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총장들은 RISE 체계의 도입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과 지역 대학의 인식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ISE 체계는 그동안 개별 대학이 각종 정부 재정지원 연구 사업에 지원해 지원비를 확보하는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 지역 발전에 연구·사업 분야를 지정하고, 대학에 지원금을 배정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RISE 사업으로 2조 원가량을 배정했으며, 다음 달에 부산을 포함한 각 시도 예산 배정 계획을 확정한다.
부산대 최재원 총장은 RISE 체계로의 변화는 그동안 이어진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방식에 ‘대지진’이 일어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총장은 “중앙정부 지원 체제가 지자체 지원 체제로 바뀌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역량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기회”라며 “온오프라인이 모두 개방되고, 산업·경계가 다 허물어지는 사회에서 ‘대지진’이 일어나야 하는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거점국립대로서는 비전과 전략, 역량을 결집해 산업질서를 재편할 기회를 얻은 셈이라는 것이다.
동서대 장제국 총장과 동아대 이해우 총장도 RISE 체계가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체계이며, 대학이 지역 성장의 진정한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장 총장은 “그동안 대부분의 지역 대학들이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만 쳐다보다 보니, 지역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장 총장은 “일본에서는 지역 대학들이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그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다”며 “RISE 체계 속에 지역 대학이 좀 더 지역에 공헌하고, 지역의 사랑을 얻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장 역시 “부산시와 지역 대학들이 수평적·협력적 동반관계를 바탕으로 지역발전전략과 각 대학의 강점을 고려한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해 동반성장을 끌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 총장은 RISE 체계가 부산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대학 간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각 대학이 지자체의 예산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는 것에 그친다면 RISE 체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RISE 체계가 올해 처음 시행되는 만큼 대학 안팎에서는 RISE 체계 보완할 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RISE 체계에서 지자체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므로, 정치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지역 산업체계 발전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총장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산업 정책 중 상당수가 선거를 거치며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부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지금, 그리고 20년 뒤, 30년 뒤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총장은 “RISE 체계의 우려는 곧 지자체 역량에 대한 우려”라고 꼬집었다. 최 총장은 “RISE 체계와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하며 대학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이에 대한 지자체의 이해도가 간극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최 총장은 “지자체와 대학의 관심사가 너무 다른 것이 현실”이라며 “지자체가 대학에 더욱 깊숙하게 들어와 함께 움직여야 지자체와 대학의 역량이 길러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총장은 RISE 체계에서 운영 중인 보조금 집행 회계 시스템의 정상화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장 총장은 “지자체가 대학을 통제해서는 안 되며, 대학을 지역 성장에 필요한 진정한 파트너로 인식해야만 RISE 체계가 성과를 내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RISE 체계 도입과 지역 산업 육성 등을 위해 9대 전략산업을 선정하고 집중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부산시가 선정한 9대 전략산업은 △디지털테크 △에너지테크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융합부품소재 △라이프스타일 △해양 △금융 △문화관광이다.
글로컬대학 세 총장은 부산시의 9대 전략산업 지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보완돼야 할 사항을 제안했다. 장 총장은 “RISE 체계 시행을 앞두고 부산시가 정한 9대 전략산업은 미래지향적 차세대 사업을 중심으로 잘 선정됐다”며 “9대 전략산업에 포함된 문화콘텐츠와 에너지테크 등을 동아대와 함께 잘 살릴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장 총장은 “다만 인력양성에 있어 9대 전략산업에만 집중되면 사회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산에 많은 대학들이 인문학 전공을 개설하고 있으므로, 9대 전략산업과 함께 인문학에 관심을 갖는 지산학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장 역시 “동서대와 함께 추진하는 4개 중점 분야가 부산시의 9대 전략산업과 잘 어우러져 기대된다”며 “부산시 전략산업 공론화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폭넓게 참여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부산시의 9대 전략산업 설정에 있어 ‘기초체력’인 인문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총장은 “흔히 ‘인문학이 죽었다’고 하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만, ‘인문학이 활짝 꽃핀 모습’은 상상이 잘 안된다”며 “인문학은 모든 공학이나 기술에 있어 상호호혜적인 관계이므로, 인문학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총장은 “9대 전략산업은 부산 지역 대학들이 주요 추진 분야를 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있고, 큰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분야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 총장은 “정말 부산의 미래를 내다보고, 주기적으로 전략산업을 검토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