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으로 누굴 지키려는가” 말문 연 부산 피해 유족

고 박창수 유족 규탄 기자회견
“34년 전 시신 탈취하고 폭행한
백골단은 함께할 수 없는 역사”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2025-01-20 18:33:46

20일 오전 전국금속노조는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골단’ 출범에 대해 비판했다. 전국금속노조 제공 20일 오전 전국금속노조는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골단’ 출범에 대해 비판했다. 전국금속노조 제공

국회에서 최근 이른바 ‘백골단’ 출범 회견이 열리고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서도 이 단체가 목격된 가운데 부산에서 과거 백골단 피해를 입은 유족이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20일 오전 고 박창수 부산노동조합 총연합 부의장·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유족은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앞에 섰다. 박 위원장의 동생이라고 밝힌 유족은 “34년 전에 백골단에 의해 오빠의 시신의 탈취됐으며, 이는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라며 “백골단은 당시 우리 가족들을 곤봉으로 내려치고 때렸던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1991년 대우조선 파업과 관련해 긴급 소집된 대기업 노조연대회의에 참석했다가 제3자 개입 금지와 집시법 위반으로 안양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수감 중 안양병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1000여 명의 백골단은 물대포를 쏘아대며 해머로 영안실 벽을 뚫고 침입했다. 이들은 300여 명의 학생, 노동자, 시민 등의 시신사수대에 폭력을 자행하며 시신 탈취를 감행했고 강제 부검을 실시했다.

그런 백골단이 2025년 다시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사수 집회를 벌이는 ‘반공청년단’은 일종의 자경단인 ‘백골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일 김민전 의원 주선으로 국회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난동 때에도 백골단을 상징하는 흰 헬멧을 쓴 지지자가 목격됐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측은 “백골단이란 이름으로 누굴 지키려고 하는가”라며 “계엄과 백골단은 현재와 함께 할 수 없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백골단 명칭과 활동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특정 단체인 백골단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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