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2025-02-27 16:58:29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주자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7일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부산·울산·경남(PK) 공략 아킬레스건인 ‘산은 부산 이전’을 언급하면서 차별화를 통해 부울경 대망론에 불을 지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지사는 이날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부울경 메가시티의 과제’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초광역 지방정부 시대의 본격화와 가덕신공항, 남부내륙고속철도, 진해신항 등 PK에서 추진되고 있는 주요 사업들의 중요성과 강력한 지방 분권을 위한 개헌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부울경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 미래가 결정된다”며 경남지사 재임 시절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부울경 메가시티의 중요성을 1시간이 넘는 강연 시간 내내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지사가 그간 당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국책은행 부산 이전이라는 깜짝 발언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그는 “부산은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지만 한국거래소,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거래소 주금공 예탁원 몇 개 기관이 이전한 이후 중단돼 있다”며 “부산 금융중심지에는 정부의 정책 금융 기관들이 모두 와야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특히 “산업은행 하나 오는 것 가지고도 씨름을 해야된다”며 반발 기류가 강한 당내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강연 말미 “산업은행은 부산으로 반드시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김 전 지사가 힘주어 말하자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김 전 지사가 부산에서 산은 등 국책 금융 기관 이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가능성이 제기되는 조기 대선 레이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는 지난 총선 국면에서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침묵하며 반대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 때문에 PK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이 여전한 데 이러한 틈새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표는 부울경 지지율 23%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38%, 경기·인천 35%, 대전·세종·충청 35% 등 다른 권역과 비교하면 월등히 낮은 수치다. 또한 이 대표에 대한 ‘적극 반대’ 비율도 PK에서 높게 나타났는데,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6%에 달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강연 전후로 당내 지역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며 부울경 지지세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오전에는 민주당 경남도당에서 귀국·복당 인사를 통해 조기 대선 과정에서 풀어야 과제는 ‘연정’과 ‘지역균형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연 이후에는 부산의 민주당 지역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보수 우위의 정치 지형에서 고생한다는 취지의 격려를 전했다.
이처럼 김 전 지사가 자신의 기반인 PK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지역 비명계를 규합해 반등에 성공할지 야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레이스 초반 약세를 보이던 노무현 당시 후보가 부울경에서 역전에 성공 ‘노무현 바람’을 일으키며 대선 후보 자리에 올라 정권 창출에 성공한 바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독주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 김 전 지사의 등장이 큰 반향을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김 전 지사가 부울경에서 돌풍을 일으킬 경우 야권의 대선 레이스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