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2025-02-27 17:39:19
‘조기 대선’을 겨냥한 여권 차기주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들을 둘러싼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고, 여기에 27일 야당 주도로 ‘명태균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단기간에 이를 말끔하게 수습하기는 힘든 형국이 됐다. 전날 책 출간과 함께 대권 행보를 시작한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주축인 당 지도부까지 “섣부르다”며 견제구를 날리면서 내부 균열이 확대될 조짐이다.
오, 홍 시장이 과거 선거에 깊이 개입했다는 취지로 명 씨가 연이어 폭로한 의혹들은 이를 증명할 직접적인 대화나 접촉 정황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명 씨를 오히려 멀리 했다’는 오, 홍 시장의 해명과도 조금 어긋나 보이는 정황들이 나타나면서 오 씨의 일방적 주장으로 섣불리 결론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오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은 전날 서울중앙지검이 오 시장의 후원자였던 김한정 씨 자택과 사무실 등 4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수사팀은 이날 창원을 찾아 명 씨에 대한 직접 조사를 시작했다. 김 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 여론조사 비용 3300만 원을 미래한국연구소에서 부소장으로 일한 강혜경 씨 개인 계좌로 보내 대신 납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는 당시 오 시장을 위해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 지시로 오 시장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설문안을 짰고, 오 시장 측에 원본 데이터도 제공했다는 게 강혜경 씨 주장이다. 명 씨 측은 당시 명 씨가 오 시장과 4차례 이상 만났으며, 오 시장이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오 시장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전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오 시장이 해당 여론조사를 직접 받았거나, 이미 해명한 만남 이외에 명 씨를 추가로 접촉한 직접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공개한 2021년 8월 5일 당시 명 씨와 지인의 통화 내용에서 명 씨는 “(오 시장이)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 카고 형님 동생 한다 카고, 막 울면서 전화 오고 별 짓 다 했거든”이라면서 “촌에서 올라온 놈이 지 만들었다는 소문이 나면 X팔리니까 먼지떨이를, 떨어낼라 카는 거라”라고 말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이 녹음에 대해 “명태균이 오세훈 캠프에서 망신당하고 쫓겨난 점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해당 의혹들에 대한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명 씨는 홍 시장에 대해서도 최소 네 차례 이상 만날 정도로 빈번하게 교류했고, 홍 시장의 과거 복당에 자신이 기여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앞서 홍 시장은 명 씨와의 인연에 대해 2021년 6월 자신을 찾아와 쫓아낸 게 전부라는 취지로 밝히면서 ‘사기꾼’이어서 오히려 멀리했다고 해명했지만, 명 씨 측 변호사는 그 외에도 최소 3번 이상 만남이 더 있었다며 해당 날짜와 당시 같이 만난 사람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홍 시장 측은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하면서 이 변호사 등을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했고, 오 시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4년 3월 명 씨가 사회를 본 경남 지역 한 행사에 당시 경남지사였던 홍 시장이 축사를 한 사진이 공개됐고, 홍 시장 아들이 명 씨에게 감사 문자를 보낸 사실도 드러나면서 홍 시장의 주장이 사실에 100%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날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간으로 대표직에서 사퇴한 지 두 달여 만에 재등판한 한 전 대표에 대해 당 지도부 및 친윤(친윤석열)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친한(친한동훈)계가 엄호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빨리 피는 꽃은 빨리 시들기 마련이라고 꾸준히 한 전 대표에게 말했고, 지금도 그렇다”며 한 전 대표의 복귀를 ‘섣부르다’고 비판했고, 친윤계 인요한 의원도 “(대표직에서) 떠날 때 좀 아름답지 못했다. 지금 입장에서는 좀 타이밍이 시기적으로 굉장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가세했다. 이에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강성 친윤 의원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에 우리 국민들이 다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치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