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2025-04-21 18:29:52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필수다. 최근에는 좋은 일자리의 기준 중 하나로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언급된다. 이는 기조 1에서 중앙대 마강래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발표한 ‘지역 소멸과 지역 시민의 행복한 삶’의 주제와도 연결된다. 21일 웨스틴조선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5 부산인구 미래포럼’ 세션 3이 ‘워라밸 행복 도시 부산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유다.
동아플레이팅(주) 이오선 대표는 3D 업종인 회사가 청년이 찾는 회사로 변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도금업체인 동아플레이팅은 3D 업종으로 분류되기에 직원 채용에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 대표는 “어떻게 하면 우리 회사에 취업하게 할까’ ‘일하고 싶은 회사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워라밸과 성장하는 기업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선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 공장을 공격적으로 도입했다. 3D 업종의 이미지를 벗고 공정의 어려움를 대폭 낮추기 위해서였다. 신축 오피스텔 기숙사, 국내외 연수 지원 같은 복리 후생 제도를 도입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애를 썼다고 한다. 그 결과 동아플레이팅은 평균 연령 33세, 청년 근로자 비율 70% 이상이 되는 3D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젊은 기업이 됐다.
한국선급(KR)은 2024년 워라밸 우수기업 경진대회에서 최고경영자 부문 부산광역시장상을 받은 기업이다. KR은 시차출퇴근제, 정시 퇴근 문화 활성화, 사내어린이집 운영, 법정제도 이상의 육아·출산 지원 제도, 생애주기별 축하금, 학비 지원 등을 높이 평가 받았다.
특히 오전 6시~11시 사이에 출근하게 한 시차출근제에 직원 호응이 큰데, 활용률이 무려 69%가 넘는다. 10명 중 7명이 이 제도를 이용하는 셈이다. KR 최원준 부사장은 “맞벌이 부부가 육아를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어린이집 등원 등의 문제가 있는데 시차출근제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며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육아 부담을 줄이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가족친화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이샘병원 이지은 행정본부장은 “좋은 인적 자원을 잡기 위해 워라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지역 사회에 뿌리내린 의료기관으로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지속가능한 일터 마련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샘병원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같은 육아 관련 복지제도를 활용하는 근로자는 전체 328명 중 92명으로 전체의 28% 수준이다. 2016년 임직원 104명 중 5명만이 이러한 제도를 활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차이다. 이 본부장은 “‘직원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라는 공감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특화 일자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브이드림 김민지 대표는 “스타트업의 경우 일이 명확하게 나눠져 있는 대기업에 비해 일을 더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사업 성장기에는 추가 근무가 늘어난 만큼 성과를 직원들과 나눈다”고 말했다. 성과 공유를 위해 브이드림은 연 3회 연봉 협상을 진행하고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스톡옵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기업과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다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좋은 청년들을 잡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월 1회 가정의날 조기퇴근, 월 5회 재택근무 등의 워라밸을 위한 복지도 제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