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 | 2025-05-07 16:22:25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으면 일반적으로 ‘하루 3회, 식후 30분’이라는 복약 지도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이 같은 복약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회사 업무나 외출, 혹은 단순히 깜빡 잊은 탓에 약 복용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에는 아예 건너뛰어야 할까요, 아니면 생각이 났을 때에라도 먹어야 할까요? 정확한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부산시약사회 문혜지 학술교육·미디어콘텐츠 이사에 문의해 봤습니다.
- 약 복용 시간이 ‘식후 30분’인 이유는?
“일반적으로 공복에 복용했을 때 위장장애(속 쓰림 등)를 유발하는 약들이 많으며, 이런 경우 위장 보호를 위해 식후 30분에 복용할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식후 30분에 복용했을 때 위장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에도 약을 식후 30분에 복용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는 않다. 또, 식사 후 30분을 기다리면서 약 복용을 잊는 경우도 많으므로 최근에는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거나 식사와 함께 복용 시 더 흡수가 잘 되는 약에 대해 ‘식사 직후’ 복용을 권장하는 편이다.
다만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알레르기약(항히스타민제) 등은 저녁이나 취침 전에 주로 복용하고, 갑상샘 호르몬제는 기상 직후 아침 공복에 복용하는 등 약마다 복용 방법이 다르므로 약사와 상의 후 맞는 복용법을 준수해야 한다.”
- 하루 3번 복용해야 하는 약을 깜빡 잊고 지나쳤다면?
“생각난 즉시 복용하고, 다음 복용 시간이 가까운 때에는 그때 복용한다. 한꺼번에 2배의 용량을 복용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오후 2시, 오후 8시에 복용하는 약인데 오후 2시 복용을 잊었고 현재 오후 3시라면 즉시 오후 2시 약을 복용하고, 오후 8시에 예정대로 복용한다. 깨달은 시간이 오후 6시인 경우에는 오후 2시 약을 생략하고 오후 8시에 기존 용량만 복용한다.
다만 경구피임약의 경우 약 복용을 잊은 것이 생각난 즉시 복용해야 하며 2정을 한꺼번에 복용할 수도 있다. 또 당뇨병약 중 Sulfonylurea 계열, Meglitinide 계열 약은 투여 간격이 짧아지면 저혈당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을 잊었을 경우 건너뛰고 다음 투여 시점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도 복용 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품목들이 있으므로, 위 대처법을 임의로 적용하기보다는 약 복용을 잊었을 경우 약사와의 상담을 통해 대처하는 것을 권한다.”
- 생활 패턴이 불규칙하거나 밤낮이 바뀐 사람의 경우, ‘아침/점심/저녁’ 복용 약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혈중 약물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 2회 복용이면 아침/저녁, 하루 3회인 경우 아침/점심/저녁으로 약을 먹게 된다. 처방대로 약을 꾸준히 복용하던 사람이 시차 적응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밤낮이 바뀐 경우는 기존 투약 일정대로 아침 약은 아침에, 저녁 약은 저녁에 먹는 것이 약의 혈중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아예 밤낮이 바뀌었다면 보통은 본인의 일주기 리듬대로 아침 약을 저녁에 먹어도 무방하나, 예외적인 상황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약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 약을 먹은 뒤 속이 쓰리거나 아픈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항생제나 소염진통제 등이 위장장애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약이다. 대부분은 식사 후에 복용하면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위장이 약하거나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약간의 속 쓰림과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되도록 식후 ‘즉시’ 복용하도록 하고, 그래도 불편하다면 식사 중간에 복용해도 좋다. 하지만 약효나 약의 특성 때문에 공복 복용이 권장되는 약이면 식후 복용해도 되는 약으로 처방을 변경하는 것을 권장하고, 속 쓰림이나 복통이 지나치게 심한 경우 약물 부작용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통증일 수 있어 의사 및 약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 약을 물이 아닌 커피, 우유, 주스 등과 함께 복용해도 괜찮나.
“약을 먹을 때 쓴맛을 가리기 위해 물 대신 다른 음료와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약의 성분에 따라 음료와 같이 먹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는 것이 권장되지만 물로 복용하는 것이 어렵다면 특정 약과 같이 마시면 안 되는 음료를 피하는 것이 좋다.
먼저, 일부 감기약이나 진통제는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커피나 콜라와 함께 복용하면 카페인 섭취량이 많아져 두근거림이나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카페인 자체가 속 쓰림을 유발하기 때문에 소염진통제·항생제 등의 위장장애를 더 악화시킬 수 있고, 탄산음료의 탄산도 위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위 자극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항생제나 항진균제는 칼슘이 풍부한 우유 등 유제품과 함께 복용했을 때 체내 흡수와 약효가 떨어진다. 고혈압치료제나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약은 자몽주스와 같이 먹으면 약의 분해가 잘 되지 않아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 처방받거나 구매한 약을 다 먹지 못했다면.
“의약품의 조제/개봉 후 유효기간은 아래와 같다. PTP 포장-약품 용기에 표기된 유효기간, 병 포장-개봉 후 1년, 비닐 포장(지퍼백, 기계 포장)-조제 후 1년, 소분 시럽-조제 후 1개월 (조제된 건조 시럽은 예외), 가루약-조제 후 6개월, 안약·안연고·점이제·점비제-개봉 후 1개월, 연고·크림제-개봉 후 6개월, 가글제-개봉 후 1개월이다.
다만 특정 증상으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던 중 약이 남았고, 시간이 지나 비슷한 증상이 발생했어도 남은 약을 복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비슷하더라도 원인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나와 비슷한 증상의 타인에게 내가 복용하고 있는 약을 권하는 것도 지양해야 하며, 병원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료 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폐의약품은 지역 구청, 주민센터, 보건소, 약국 등을 통해 수거된다. 하지만 각 기관의 폐의약품 수거가 의무는 아니므로, 사전 문의를 통해 해당 기관에서 폐의약품 수거가 가능한지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의약품을 버릴 때 알약은 포장재(PTP 등)를 최대한 제거 후 내용물만 모으고, 가루약은 포장지를 뜯지 않고 그대로 배출한다. 시럽제는 하나의 통(페트병이나 시럽 병)에 모아 밀봉하고, 연고나 안약은 겉 종이상자를 제거 후 용기째로 배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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