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2025-05-05 20:21:00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이 늘어나면서 지자체에서도 문서 초안 작성, 유튜브 콘텐츠 제작 등 행정업무에 AI를 사용하고 있지만, 부산 지자체들은 대부분 아직 사용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과 비용 문제 때문인데, 기술 전환 시대에 맞춰 행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4년 1월~2025년 1월) 부산시가 지출한 생성형 AI 구독료는 228만 원으로, 17개 광역지자체 중 14위였다. 가장 많은 비용을 AI 구독에 지출한 지자체는 제주도로 챗GPT 구독에 6871만 원을 사용한다. 2위는 서울시로 5634만 원을 들여 챗GPT를 포함해 10개의 AI 프로그램을 구독한다.
이들 지자체는 다양한 분야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제주도 정책 홍보 뉴스에선 AI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AI 아나운서를 활용하면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며 영상뉴스를 제작할 수 있다. AI를 활용한 취업준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AI가 전공, 직무, 역량,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12개 언어로 질문한다. 음성 높낮이와 크기, 표정, 응답 시간 등을 분석해 맞춤형 피드백도 제공한다. 서울 강북구는 구청 유튜브 채널에 사용할 노래와 가사 등을 AI를 활용해 만들고 있다.
자체 AI 시스템을 개발한 지자체도 있다. 서울 송파구는 ‘송파AI브레인’을 개발해 문서 작성, 요약, 업무 관련 법령·지침 검색에 사용한다. 서울 성동구도 자체 AI 시스템인 ‘성동지피티(GPT)’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간단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면 지시문, 작업 지침, 제약 조건 등 전문적인 프롬프트로 변환한다.
반면 부산은 타 시·도에 비해선 아직 다양한 분야에 AI가 활용되지 않고 있다. 부산 지자체들은 주로 일상적인 업무나 취약계층 돌봄에 AI를 사용한다. 동래구는 회의 내용 정리나 번역 업무 등에 활용한다. 동래구 관계자는 “문서 또는 영상 자막을 별도의 전문 번역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며 “AI를 통해 회의록을 자동 정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시 사항을 요약 정리하면 문서화 시간도 대폭 단축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연제구, 사하구는 고독사 고위험 홀로 가구 돌봄에 AI 기술이 적용된 쌍방향 안부 확인 시스템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을 활용한다.
부산 지자체들이 AI 활용에 소극적인 까닭은 보안 문제와 비용 부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AI를 공식적으로 도입하거나 활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수영구 관계자는 “행정업무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AI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서구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부족하고 유지보수비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부산시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와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공공 분야 AI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행정에 생성형 AI를 사용할 때 공무원의 책임과 보안 유지 기준 등을 명시한 윤리 지침도 마련하는 등 AI 사용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흐름이 IT 기반에서 AI 기반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지자체도 이에 맞는 AI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은 “경기도의 경우 200억~300억 원을 들여 AI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AI국을 신설했는데, 이는 AI 전환 시대를 준비하는 우수 사례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안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체 AI 서버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예산이 많이 들어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지자체가 지역 중소 스타트업이나 지역 대학과 협력해 자체 AI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그들과 공유하는 상생 방식으로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