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가속기연구소장 채용 비리 등 의혹 상당수 사실로…‘버티기’ 논란

강흥식 소장, 과기정통부 감사결과에 불복
징계 통보에 '자진사퇴' 환송회까지 했지만
"비리 사실이면 사퇴" 입장 번복·재심 신청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2025-05-08 08:26:26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포항가속기연구소. 포항가속기연구소 제공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채용 비리와 안전사고 미보고, 예산남용, 과제비 집행 규정 위반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강흥식 포항가속기연구소장이 소관 부처 감사에서 징계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 당시 “사실이 확인되면 사퇴하겠다”던 강 소장은 감사 결과가 통보되자 자진사퇴 의사를 주변에 밝혔지만, 최근 이를 철회하고 재심을 신청했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 말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 및 보직자 등에 대해 감사한 결과 의혹 상당수가 사실이라는 결과를 연구소 소속기관인 포항공대에 전달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정부출연금 100%로 운영되는 포항공대 부설 연구소로 포항방사광가속기(PLS-II)와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소장을 임명하며 올해 675억 8600만 원을 지원하는 등 매년 6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8월 포항가속기연구소 임직원 약 100명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강 소장의 의혹을 담은 청원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청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월 임기 5년 소장직에 취임한 강 소장은 이후 신입 직원 채용 과정에서 내정된 지원자를 채용하고자 본인 직위를 이용해 절차 변경, 부정 채용 지시 등을 했다. 또 방사광가속기 고장 원인을 감전 위험이 컸던 안전사고가 아닌 장치 노후화로 허위 보고했고, 직원 시력이 손상된 레이저 사고에 대해서는 청원 이후 뒤늦게 과기정통부에 사고 발생을 보고했다. 이외에도 가속기 핵심장치 국산화 개발 과제에서 계약 조건과 달리 납품 1년 전 대금을 선지급해 혁신법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300억 원이 투입된 시설 구축사업 실패, 예산 10억 원을 투입한 통합운전실 미활용 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관련 의혹들을 질의하자 강 소장은 "사실로 밝혀지면 사퇴하겠다"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 당시 감사 개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질타에 과기정통부도 국정감사 기간 중 감사에 착수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징계 권고가 담긴 감사 결과를 포항공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포항공대 측은 이를 토대로 강 소장에 자진사퇴를 권유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 소장은 지난달 30일까지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대학 감사실에 밝히며 보직자들과 환송회를 진행하기까지 했으나, 지난달 22일 이를 번복하고 과기정통부에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

가속기연구소 노동조합 관계자는 "감사로 규정을 어겼다며 징계받는 직원들도 생기는데 소장은 자진사퇴면 끝이냐며 불만이 큰 상황"이라며 "여기에 소장이 사퇴를 번복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이라 별도 입장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과기정통부 지원을 받는 외부 기관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등에서 기관장이 비위로 자진사퇴한 가운데 포항가속기연구소도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원기관에 대한 전반적 재점검이 불가피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고위관계자 비위 의혹이 불거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도 곧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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