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2025-08-07 18:06:23
“지난 3년 동안 부산·울산·경남에서 췌장·담도 질환을 앓고 있는 상당수 환자가 수도권 원정진료를 가지 않고, 저를 믿고 창원으로 찾아와 주신 부분에 감사드립니다.”
30년 이상 수도권 병원에서 췌장·담도 환자를 진료하던 60대 명의(名醫)가 정년 퇴직 후 경남 창원으로 내려와 3년째 동남권 환자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수도권 원정진료로 인한 진료대기시간 증가와 환자 부담 과중 등 부작용 해소 차원에서 제시된 ‘시니어 의사’ 지방 근무가 정착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김명환(소화기내과 전문의) 교수는 1989년부터 서울 아산병원에서 소화기내과 과장, 췌장담도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여 년 동안 수도권 병원에 근무하다 2022년 2월 퇴직과 함께 그해 8월부터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시니어 의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췌장·담도 분야 명의로 소문난 그가 30여 년의 서울 의사 생활을 접고, 생면부지나 다름없는 창원으로 이주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성공적인 안착 여부에 의료계 안팎에선 반신반의했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 서울에서만 살아왔다. 창원에는 연고가 전혀 없었다. 당시, 창원행을 결심한 이유는 경남과 부산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의 전공 분야인 췌장·담도 진료 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정년을 했기 때문에)지방 병원에서 쉬거나, 전원생활을 즐기려 내려온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올해 7월 말로 그의 창원에서 의사 생활은 3년을 채웠다.
김 교수는 “일부 환자들이 ‘창원에 내려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는데, 그동안 수도권으로 원정진료를 가던 환자들이 창원에서 진료를 받고 만족해 하는 부분에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실제로 서울에 진료를 다녀온 분들이 자기 병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그만큼 서울에서의 진료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 근무 때보다)창원에서 진료할 때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다. 환자와 교감하는 진료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임상의사로서 기쁨을 느낀다”면서 “(환자들이)서울에서 치료했던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고민없이 저를 찾아와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창원한마음병원의 췌장 수술 건수는 부울경에서 제일 많았다. 올해 상반기 췌장·담도 내시경 (ERCP) 시술 건수도 940건으로 부울경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부울경에서 맹목적으로 이뤄져 오고 있는 수도권 원정진료 수요를 창원에서 그만큼 소화한 셈이다. 그는 “(내원하는)환자 절반은 부산 지역에서 온 사람이다. 일부 대학병원에서도 의뢰가 들어와 실질적으로 3차 병원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경기에서도 일부 환자가 찾아와 전국구 병원 면모를 갖추고 있다”면서 “병원 조례시간에 낭독하는 ‘최고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병원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처럼 진료 능력 면에서 최고가 되도록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목표는 췌장·담도 진료 수준을 서울에 있는 빅5 병원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라며 “(창원에서 지낸)3년이라는 세월은 의미가 있었고, 이제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3월까지 창원한마음병원장 직무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 아산병원 제자이자 이제는 동료가 된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 센터장 황준성 교수와 함께 팀워크를 이뤄 환자 진료의 최일선에 나서고 있다. “환자들과 함께하는 임상 의사로서 정진하겠다”는 게 그의 의지다.